자국리그의 경쟁력이 곧 축구대표팀의 경쟁력이다.
이는 이달 국내에서 열린 두 차례 A매치 평가전에서 여실히 증명됐다.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던 한국 축구는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와 동유럽의 복병 세르비아를 상대로 1승 1무를 거뒀다. 무엇보다 달라진 경기력으로 성난 팬들의 민심을 돌려세웠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과 지난달 해외 원정 A매치 2연전까지만 하더라도 부진한 내용과 결과를 이어갔던 한국이지만 짧은 시간 안에 환골탈태할 수 있었던 건 K리거들의 활약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이달 A매치 명단에 포함된 23명 중 절반이 넘는 12명이 K리거였다. 이 중 이근호(강원), 이재성, 김진수, 최철순(이상 전북), 고요한(서울), 조현우(대구) 등은 유럽파에 버금가는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염기훈과 김민우(이상 수원), 이정협(부산), 이명주, 주세종(이상 서울), 이창민(제주)도 재능을 뽐냈다.
K리거의 활약이 A대표팀의 경쟁력으로 이어진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민재, 김신욱(이상 전북) 등 이번에 승선하지 못한 훌륭한 자원들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K리그를 빛내고 있는 스타들이라는 점이다.
이런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나오려면 결국 K리그가 발전해야 한다. 축구도 결국 산업이다. 프로와 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K리그의 건강성도 재정 안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깨끗하고 안정적으로 돈이 돌아야 K리그도 건강해지고 발전할 수 있다.
프로축구연맹도 '내실'을 다지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재정 건전화, 경영 투명성, 효율성 제고는 K리그가 지속성을 확보하는 데 절대요소이기 때문이다. 연맹은 지난 3월 2일 K리그 개막을 이틀 앞두고 미디어 설명회를 열고 올해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재정 건전화 방안에 이목이 쏠렸다. 연맹은 이 자리에서 유럽축구연맹(UEFA)이 시행 중인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제도의 한국형을 내놓았다. 연맹은 각 구단들에게 표준 재무제표의 의무 제출 및 통합 공시를 명령하고 3년 연속 적자 금지, 3년 간 누적 적자액 제한 등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단, 2019년까지 유예기간을 두고 2023년부터 처벌할 계획이다.
연맹은 이를 통해 각 구단의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재무구조의 구축을 노리고 있다. 또한 투명하고 장기적 시각의 예산안 수립 및 집행을 유도, 부채 해소를 통한 구단 재정 안정화와 함께 장기적으로 잠식 자본 회복을 통한 운영지속성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최근 사의를 표명한 김호곤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을 비롯해 이용수 부회장, 안기헌 전무이사 등의 후임 임원 인사와 함께 조직개편을 지난 8일 단행했다.
파격 인사였다. 기술위원회 기능 개편에 따라 축구 발전을 위한 중장기 정책수립과 기술연구 기능을 담당할 기술발전위원회 위원장으로 이임생(46) 전 텐진 감독을 선임했다. 기존 조병득 부회장과 함께 학원-클럽 리그 관장 및 제도개선을 담당할 부회장에는 선수 은퇴 후 오랫동안 현장 지도자 생활을 해온 최영일(51) 전 동아대 감독이 낙점을 받았다.
파격 중 파격은 홍명보와 박지성의 행정계 입문이었다. 홍명보(48)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행정 총괄 책임자인 전무이사로, 영원한 캡틴 박지성(36)은 유소년 축구 발전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나갈 유스전략본부장에 선임됐다.
파격 인사에 담긴 협회의 가장 큰 바람은 변화와 혁신이다. 축구 팬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다. 정몽규 회장의 과감한 인적 쇄신이 꺼져가던 한국 축구의 희망 불씨를 살렸다.
인사는 개혁의 첫 걸음이다. 발걸음을 멈춰서는 안 된다. 이제 새 인물을 중심으로 변화의 물결이 일어야 한다. '축구대표팀의 경쟁력은 자국리그의 경쟁력'이라는 공통 전제 하에 협회와 연맹이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doly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