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준의 e스포츠 엿보기] LOL 전용경기장 탄생, 'e스포츠 백년지계' 열었다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7.11.20 13: 19

'백년지계(百年之計)'. 먼 앞날까지 내다보고 세우는 계획을 우리는 백년지계, 백년대계라는 말로 부르고는 한다. 백년지계라는 표현이 거창할 지 몰라도 최소한 십년의 미래를 예측해 대비하는 일은 향후 백년지계의 초석이 되지 않을까.
지난 13일 한국e스포츠사에 한 획을 긋는 발표가 있었다. 라이엇게임즈 코리아가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 타워 30층에 위치한 라이엇 게임즈 오디토리움에서 ‘LCK 전용 경기장 신설 및 운영 계획 설명회’를 갖고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라이엇게임즈 코리아는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전용경기장으로 사용될 이 곳의 명칭을 'LCK 아레나'라고 명명했다. 전용경기장인 LCK 아레나뿐만 아니라 LCK의 발자취를 담은 전시공간은 물론 친구들과 함께 LoL 등 각종 게임을 즐길 수 있는 PC방을 비롯해 각종 식음료를 판매하는 카페, 코스플레이어들을 위한 전용 공간 등이 갖춰질 예정이라 LoL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도 조성할 계획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LCK Arena와 이 문화공간을 합쳐 ‘LoL 파크'라고 명명했다.

LOL 파크는 서울 종각 근처의 그랑서울 3층과 4층을 사용하고  약 5280제곱미터 (약 1600여 평)의 규모로 조성되며 임대기간은 2029년까지다. 즉 LCK아레나와 LOL 파크의 탄생은 오는 2029년까지는 LOL e스포츠가 무조건 진행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한국에서 LOL e스포츠는 지난 2011년 WCG 부산에서 대회 종목에 포함됐지만 사실상 2012년 'LOL 인비테이셔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 후 e스포츠 최고 인기 종목으로 착실하게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여기다가 인기에 안주하지 않고 매년 대규모 시즌별 업데이트를 통해 팬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
투자 금액도 엄청났다. 발표 현장에서 라이엇게임즈는 2017년까지 300억원에 가까운 투자금액이 들어갔다고 밝혔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라이엇게임즈 코리아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2017년의 경우 80억원 가량의 직접 투자와 MSI와 롤 드컵 우승 상금에 포함되는 금액을 제외하고 국내 e스포츠 팀에 배분되는 금액이 1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연히 각 팀에 수익 배분에 대한 내용은 라이엇게임즈가 투자했다고 밝힌 300억원에서 빠져 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단일 팀 체제를 굳힌 2015시즌, 방송 분할중계와 새로운 e스포츠 종목들이 화두가 됐던 2016시즌은 LOL e스포츠가 다시 한 번 변화를 모색하고 도전을 선택해야 하는 흐름으로 이끌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LOL 전용경기장 건립과 관련해 '상생의 길'을 외면하는 결정이라고 핀잔을 늘어놓고 있다.특히 경기장 관련 의견이 그렇다. 상암 e스포츠 전용경기장, 서초동 넥슨 아레나, 대치동 프릭업스튜디오가 유휴 시설이 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그 시설들은 LOL과 라이엇게임즈를 위한 시설이 결코 아니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상암 전용경기장에서는 각 사의 다른 종목들이 진행되고 있고, 서초동 넥슨 아레나나 프릭업스튜디오도 마찬가지다. 투자적인 측면에서도 리그 제작지원비(시즌 전 제안서 금액)는 대부분 라이엇게임즈가 부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포털쪽에 나가는 송출과 2차 저작물에서도 라이엇게임즈는 방송사의 편의를 봐주고 있는 실정이다.
즉 비용은 비용대로 쓰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나가지 못하고 오히려 욕만 먹고 있는 꼴이다. 시즌을 앞두고 일정을 조율하기만해도 팀들과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주말 지하철과 대중교통이 끊긴 시간에 경기가 끝날 경우 팬들 또한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했다. 다 자업자득이 아닐까. 방송국에 끌려다닐수록 리그의 경쟁력은 약화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기대에 대한 배신과 실망감이 이번 LOL 전용경기장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로 포장 됐을 수도 있다. 라이엇게임즈가 발표한 대로라면 LCK는 2019시즌부터 자체제작에 들어가게 된다. 즉 제작지원비는 어떤 방향으로든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라이엇게임즈가 영어 방송 제작 등에 관해 파트너사들과 협의를 이어나간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돌이켜보면 LOL e스포츠는 게임의 인기를 발판삼아 리그까지 살찌운 즐거운 기억들이 많다. 나진과 MiG 등 전설적인 팀들의 선전이 리그 도약의 계기가 됐고, '페이커' 이상혁과 SK텔레콤이라는 걸출한 팀이 등장하면서 흥행에 기름을 부었다. 그렇지만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등 각 종목사들의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라이엇게임즈 역시 LOL e스포츠가 시장 경쟁에서 살아나고 종목을 더 육성해야 하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고, 선택의 결과를 낸 것 뿐이다. 강북의 중심지인 종각에 경기장을 건설해 팬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KTX나 기차를 이용한다면 지방 팬들의 접근성도 한층 좋아졌다.
이제 곧 LCK 2018시즌이 스프링 스플릿부터 시작되지만 LOL e스포츠 봄이라고 하기에는 무리다. 그래도 종목사의 의지가 살아있다는 사실은 희망적이고 고무적이다.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라이엇게임즈에 박수를 보낸다. /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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