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돈(33)을 좀 더 빨리 교체했다면 넥센은 가을에도 야구를 했을까.
모든 결정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때론 과감한 결단을 더 빨리 내리지 못해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결과론이다. 미래를 알 수 있다면 고민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넥센의 대니돈 교체도 마찬가지였다.
대니돈은 2016시즌 타율 2할9푼5리 16홈런 123안타 70타점 70볼넷의 성적을 내고 넥센과 연봉 65만 달러(약 7억 1500만 원)에 재계약을 맺었다. 장타는 부족하지만 타격이 정확하고 1루수와 외야수를 모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됐다.
하지만 대니돈의 2년차 시즌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4월 타율이 21타수 2안타로 9푼5리였다. 처음에는 무릎부상의 여파로 이해하고 회복을 기대했다. 하지만 대니돈의 상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대니돈은 4월 16일 KIA전을 마지막으로 2군에 내려갔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대니돈에게 많은 기회를 줬다. 5월 10일 NC전에서 대니돈을 1군에 올려 4번 타자로 기용했다. 부담감 탓인지 대니돈은 4타수 무안타에 그친 뒤 다시 2군에 갔다. 6월 2일 대니돈은 두산전에서 시즌 첫 홈런을 쳤다. 부활하는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또 2군행이었다. 결과론이지만 넥센은 최소 이 때 대니돈을 바꿨어야 했다. 부진이 계속되자 팬들은 ‘구푼이’라며 치욕적인 별명까지 붙였다.
대니돈 교체와 얽힌 일화가 있다. 7월 12일 두산전을 앞두고 장정석 감독은 “대니돈 교체를 고려하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장 감독은 이 내용이 기사회되자 곧 발언을 정정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민감한 대니돈이 기사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가뜩이나 예민한 대니돈이 구단이 교체를 고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더 못 칠 수 있다는 것. 대니돈은 자신에 대한 한국어 기사를 번역해서 읽을 정도로 꼼꼼하고 민감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결국 더 이상의 기회는 없었다. 넥센은 7월 18일 대니돈 교체를 최종 결정했다. 7월 11일 두산전이 대니돈의 한국무대 마지막 경기였다. 이후 넥센은 7월 22일 마이클 초이스 영입을 공식발표했다. 넥센은 리그 개막 후 무려 넉 달 동안 외국타자의 덕을 전혀 보지 못한 셈이다. 넥센은 워낙 재능 있는 외야수자원이 많아 굳이 대니돈을 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더구나 밴헤켄도 부상의 위험성이 있는 상황이라 섣불리 외국선수 교체카드를 꺼내들지 못했다.
그럼에도 넥센이 대니돈을 더 빨리 정리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시즌 넥센은 뒷심부족으로 한 점차 패배를 당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화끈한 타력도 리그 후반으로 갈수록 보기 어려웠다. 선수들이 지쳐서 힘을 내지 못한다는 말이 많았다. 이럴 때 강력한 한 방을 가진 외국타자만 있었다면 적어도 몇 승은 더 할 수 있었다. 7위 넥센이 6위 LG에 불과 반 경기차 뒤져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더 아쉬운 부분.
결과론이지만 넥센이 대니돈을 더 일찍 정리하고 초이스를 데려왔다면 성적이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물론 늦게나마 초이스를 데려온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초이스는 7월말에 데뷔했음에도 46경기에 출전해 타울 3할7리 17홈런 42타점을 기록했다.
넥센은 그나마 선발투수에서는 빠른 결정으로 피해를 최소화했다. 넥센은 구단최고액 110만 달러(약 12억 945만 원)를 주고 영입했던 투수 션 오설리반을 조기에 퇴출시키고, 제이크 브리검을 영입했다. 신의 한 수였다. 브리검은 10승 6패 평균자책점 4.38의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넥센은 일찌감치 초이스, 브리검과 재계약을 맺었다. 밴헤켄을 포기한 넥센은 150만 달러(16억 8750만 원)를 주고 에스밀 로저스를 영입했다. 과연 로저스 영입은 성공사례가 될까. 아니면 또 나중에 대니돈처럼 후회하는 결과를 낳을까.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