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했던 KBO 리그의 외국인 선수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막한다. KBO 리그의 재취업을 희망하는 선수들이 뜻을 이룰지도 관심사다.
메이저리그(MLB) 30개 구단은 내달 열릴 룰5드래프트를 앞두고 40인 로스터 정비 작업에 한창이다. 21일 오전 10시(한국시간)가 데드라인이다. 이는 KBO 리그 구단들이 기다리던 시간이기도 하다. 눈여겨봤던 선수가 40인 로스터에서 빠지면 이적료 없이 협상을 통해 영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적료를 지불하든지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의 선수로 선회해야 한다.
즉, 20일 이후로는 각 구단들의 선택지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서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이 시작될 전망이다. 한편으로는 KBO 리그를 희망하고 있는 선수들의 거취도 본격적으로 결정된다.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아직 소속팀을 찾지 못한 선수들이 화제를 모을 수도 있다. 만약 원하던 선수가 40인에 묶이거나 영입이 힘들어질 경우, ‘차선’으로 이들을 리스트에 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각 팀의 외국인 선수 구도를 봤을 때 재계약이 어려워진 선수 중 관심을 모을 선수는 에릭 해커, 제프 맨쉽(이상 NC), 앤디 밴헤켄(넥센), 마이클 보우덴(두산), 스캇 다이아몬드(SK) 정도다. 이 중 맨쉽과 다이아몬드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고, 보우덴 또한 많은 구단들이 몸 상태에 대한 우려를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밴헤켄은 많은 나이가 걸림돌로 재취업이 쉽지 않다. 결국 후보자는 해커 정도다.
해커는 장수 외국인 선수다. 2013년 에릭이라는 등록명으로 KBO 리그에 데뷔한 해커는 5년 동안 1군 통사 137경기에서 56승34패 평균자책점 3.52의 좋은 성적을 냈다. 최근 3년 동안은 모두 두 자릿수 승수를 따냈고, 올해는 26경기에서 12승7패 평균자책점 3.42로 변함 없이 활약했다. 때문에 NC가 해커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것은 다소 의외라는 시선도 있다.
결국 몸 상태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 해커는 1983년생으로, 내년에는 만 35세가 된다. 황혼까지는 아니지만 적지 않은 나이다. 여기에 2015년 204이닝을 소화한 이후 이닝소화력이 내리막길이다. 2016년은 140⅔이닝, 올해는 160⅓이닝을 던졌다. 팔꿈치 통증이 있었고, 이것이 만성적으로 지속되지 않았느냐는 우려의 시선이 있다. 해커는 KBO 리그에서의 활약을 희망하고 있다.
야수 쪽에서는 야마이코 나바로가 관심이다. 나바로는 한국에서의 오퍼가 올 경우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자세로 알려졌다. 올해 모습을 잘 찾아보기 어려웠던 나바로는 최근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활약상은 리그 최정상급이다. 도미니카 윈터리그를 참관하고 돌아온 한 관계자는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몸이 조금 불어난 느낌은 있는데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감상을 털어놨다.
나바로는 일본에서 혹독한 시기를 겪었고, 현재는 미국에서 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나바로에게 MLB 보장 계약을 줄 팀은 없다. 기껏해야 윈터리그 활약을 인정받은 마이너리그 계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즉, 한국이 자신에게 가장 좋은 대우를 할 수 있는 무대다. 그러나 여전히 인성은 논란이다. 이제는 나바로가 굽히고 들어올 수도 있겠지만, 꼬리표를 쉽게 버리기는 어렵다.
국내 팀들의 사정도 걸림돌이다. 최근 넥센으로 유턴한 에스밀 로저스와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야수들은 거의 대부분 구단들이 재계약 의사를 밝혀 특별한 변수가 없다. 윌린 로사리오를 놓친 한화, 올해 외국인 타자 영입전에 번번이 실패했던 LG 정도가 새 외인을 찾아야 하는 팀들이다.
그러나 한화는 정근우의 계약이 될 경우 2루보다는 다른 포지션에 외인을 앉힐 공산이 크다. LG는 삼성 시절 나바로를 잘 아는 류중일 감독이 아예 불가 의사를 밝혔다. 극적인 상황이 찾아오지 않는 이상 유턴이 쉽지 않아 보인다. /skullboy@osen.co.kr
[사진] 나바로(왼쪽)-해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