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대표팀이 월드컵 진출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오는 23일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뉴질랜드 대표팀을 상대로 ‘2019 FIBA 중국농구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을 치른다. 대표팀은 20일 영종도 네스트호텔에서 결단식을 가진 뒤 뉴질랜드로 출국했다.
국제농구연맹(FIBA)이 야심차게 A매치 홈&어웨이 제도를 도입한 뒤 한국이 치르는 첫 경기다. 기존에는 농구월드컵, 올림픽 등 국제메이저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대륙간컵에서 우승을 해야 했다. 여러 나라 대표팀이 한 곳에 모여 단 시간에 많은 경기를 치러 우승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각국 대표팀이 오랜 기간을 두고 홈&어웨이를 통해 출전팀을 가린다. 덕분에 안방에서 농구 A매치를 거의 치르지 않았던 한국도 이제 정기적으로 경기를 개최한다.
FIBA는 홈&어웨이 제도를 도입해 각국의 농구인기가 올라가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 경기력 향상 위한 비즈니스석 항공권
당연히 해줬어야 할 지원이 이제야 이뤄졌다. 농구대표팀은 이번 뉴질랜드 원정에 선수 전원이 비즈니스석에 탑승했다. 11시간 장시간 비행에 따른 피로도를 최소로 줄일 수 있게 됐다. 축구 등 다른 대표팀 선수들이 들으면 웃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농구에서는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올해 대한민국농구협회는 해외 원정시 비즈니스석에 탈 수 있는 선수의 신장규정을 기존 200cm에서 205cm로 올려 논란을 야기했다. 203cm 이종현은 이코노미 좌석을 타고 레바논 원정을 다녀오며 고생했다. 206cm 최장신 김종규만 이 제도의 혜택을 누렸다. 오세근, 이정현, 박찬희 등 비즈니스석에 앉은 고참들은 돌아가며 자리를 비워줬다.
이제 그런 걱정은 사라졌다. 농구협회와 KBL 구단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찾았다. KBL 구단에서 소속선수의 항공권을 지원한 것. 상무소속 선수는 예전 소속팀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농구협회는 기존 3장의 비즈니스 항공권만 제공하고 나머지 업그레이드 비용은 KBL 각 구단에서 부담했다. 178cm 최단신 김시래도 비즈니스석을 이용한다.
오세근은 “당연히 이코노미석을 타는 것보다 좋을 것 같다. 나뿐 아니라 큰 선수들이 많이 있다. 그 선수들이 많이 불편했다. 이번에 비즈니스석을 타면서 환경이 나아졌다. 경기력도 나아질 것이다. 좀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농구대표팀이 손빨래 사건, 도시락 사건, 이코노미 사건 등 지원부족으로 경기력까지 악영향을 받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좋은 경기력이 발휘되지 않는다면 홈&어웨이 제도의 흥행도 절대 보장될 수 없다.
▲ 전문 스포츠마케팅 업체와 손을 잡은 농구협회
그간 농구대표팀은 해외원정 파견 시 공항에서 방열 농구협회 회장의 격려사를 듣고 단체사진 한 장 찍고 바로 출국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마치 수학여행을 떠나는 고등학생들 같았다.
이번 대표팀은 이례적으로 출국직전 호텔에서 결단식을 가졌다. 결단식에서 농구대표팀 선수들의 개성을 잘 살려 제작한 만화캐릭터 홍보동영상이 상영됐다. 영상 속에서 대표팀 용품후원사 나이키의 로고와 제품을 노출하는 등 한층 진일보한 스포츠마케팅 기법을 선보였다. 기존 농구협회에서 볼 수 없었던 좋은 시도였다.
이유가 있었다. 농구협회는 스포츠마케팅 전문업체 갤럭시아SM과 마케팅관련 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갤럭시아SM에서 농구대표팀과 관련된 홍보 및 매니지먼트, 행사진행 등을 담당하게 됐다. 갤럭시아SM은 ‘체조요정’ 손연재, 메이저리그 추신수, 미녀골퍼 안신애 등이 소속된 회사다. 아무래도 인력이 부족한 농구협회보다 전문화된 스포츠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
갤럭시아SM은 결단식에서 전문 아나운서를 기용하는 등 비교적 매끄럽게 행사를 진행했다. 다만 언론노출 과 팬들의 참여를 많이 기대하기 어려운 영종도에서 결단식이 열린 것은 다소 아쉬운 대목이었다.
과거 농구협회는 예산부족으로 영어통역을 할 수 있는 주무를 고용해 1인 2역을 맡기기도 했다. 사람이 없어 농구협회 직원이 공식인터뷰 통역을 대신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갤럭시아SM 소속의 전문통역이 대표팀과 동행한다.
농구협회 관계자는 “농구가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 홈&어웨이 제도를 바탕으로 농구인기를 살리지 못한다면 정말 끝이라는 생각이 있다. 앞으로 전문 마케팅 업체를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단복도 없는 대표팀...여전히 부족한 지원
다른 종목 국가대표팀의 경우 큰 대회를 위해 출국할 때 공항에서 후원받은 정장단복을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장을 갖추지 않을 때도 모든 선수들이 후원사에서 제공한 통일된 유니폼을 입는다. 대중에게 대표팀에 대한 세련된 이미지를 심고, 대표팀 후원기업에게 최대한의 노출효과를 안겨주기 위해서다. 제일모직 브랜드 ‘갤럭시’는 남녀축구대표팀 단복을 후원하고 있고, 투자가 아깝지 않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농구대표팀 결단식에서 선수단은 각자 사복을 입고 나타났다. 티셔츠에 청바지 등 편한 차림이었다. 의상의 색도 제각각이라 통일된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심지어 몇몇 선수는 대표팀 후원사 나이키의 경쟁사 옷을 입고 있었다. 결단식처럼 대표팀의 공식적인 행사는 미디어노출 효과가 크다. 대표팀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복장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공식행사에서 대표팀 선수는 후원사의 제품을 착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후원계약이 파기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선수들도 이유가 있었다. 복장을 통일하고 싶어도 단복이 없다. 심지어 운동을 위해 꼭 필요한 운동복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선수들은 대표팀 훈련 시에도 예전에 지급받은 대표팀 운동복이나 소속팀 운동복 등을 사용했다. 오래전부터 지적했던 문제점이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축구대표팀은 청소년대표들을 소집했을 때도 첫 날에 훈련복, 경기유니폼, 백팩, 양말 등 모든 용품을 더플백에 담아 풀세트로 지급한다. 농구선수들은 보통 선수보다 몸집이 커서 용품도 공수하기가 더 힘들다. 주문제작에도 더 오랜 시일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관계자들이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미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방열 회장은 “지적한 문제점들을 잘 알겠다. 조금씩 고쳐나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