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리포트] '황재균 영입' 김진욱 감독이 바라는 메기 효과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1.21 06: 35

김진욱 kt 감독이 황재균에게 바라는 건 무형의 가치다.
kt는 13일 "프리에이전트(FA) 황재균과 4년 총액 88억 원에 계약했다"라고 밝혔다. 약점으로 꼽히던 3루에 리그 정상급 자원이 들어온 셈이었다. 물론 일각에서는 오버페이 논란도 일고 있다.
사령탑의 기대치는 어느 정도일까. 김진욱 감독은 "황재균 영입만으로 우리 팀이 단숨에 강팀 반열에 오르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김 감독은 "황재균 가세는 팀 전력에 여러 모로 부가 요소다. 선수 본인의 역량도 있지만 다른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일종의 연쇄작용이다. kt는 황재균이 가세하며 내야 밑그림을 얼추 마친 상황이다. 1루부터 윤석민과 박경수, 정현, 황재균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기존에 내야를 맡던 오태곤과 김동욱은 외야 쪽으로 활용폭이 넓어진다. 중견수 멜 로하스, 우익수 유한준의 자리가 굳건한 상황에서 남은 건 좌익수 한 자리. 기존 하준호, 전민수 등 외야 자원에 오태곤과 김동욱이 가세하는 판국이다. 거기에 '특급 신인' 강백호까지 합류한다. 자리가 점차 비좁아지기에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내야도 마찬가지다. '스위치 히터' 변신을 선언한 심우준이 정현과 함께 유격수 자리를 두고 다툴 전망이다. 앞서 언급한 오태곤과 김동욱은 언제든 1루수로 투입가능하다. 베테랑 박기혁도 수비 안정화를 위해 꼭 필요한 퍼즐이다. 무주공산이었던 3루에 황재균이 터를 잡으며 백업층이 두터워진 셈이다.
김진욱 감독은 "우리 팀이 약팀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뎁스 때문이다. 몇몇 선수가 컨디션 저하로 라인업에서 빠졌을 때 티가 확 났다"라고 진단했다. 상대가 압박이나 부담 대신 '땡큐'라는 마음가짐으로 덤벼들었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실제로 kt의 중심타자 박경수와 유한준은 올 시즌 잔부상으로 고전했다. 경기 출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대체재가 없는 팀 사정상 출장을 자원한 경우가 꽤 있다. 자연히 그라운드에서 모든 기량을 쏟아붓기 힘들었고, 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뒤를 받칠 선수들이 늘어나며 이런 굴레를 깨야한다는 게 김진욱 감독의 바람이다.
자연히 kt에게 이번 미야자키 마무리 캠프는 '팀 뎁스를 확장하는 과정'이다. kt는 마무리 캠프 명단에서 베테랑 야수 대다수를 제외했다. 올 시즌 많은 이닝 투구한 고영표, 엄상백 등 '영건'들도 수원에서 천천히 몸을 만들고 있다. 마무리 캠프에는 올 시즌 1군에서 자주 나서지 못했던 선수들을 중심으로 군 전역 선수들이 함께한다.
김 감독은 "토대는 얼추 만들었다. 젊은 선수들이 내가 봐도 많이 달라졌다"고 칭찬했다. 젊은 코치진의 역할도 한몫했다. kt는 시즌 종료 후 이광길 수석코치, 김광림 타격코치 등 5인과 재계약 포기했다. 그 자리는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구슬땀을 흘린 이숭용, 고영민, 신명철 코치가 채우고 있다. 이들은 보직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백방으로 뛰며 선수들과 소통하고 있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모두 한층 어려지며 '지도' 대신 '의논'이 싹트고 있다.
중세 어부들은 청어를 먼 거리까지 이송하기 위해 수조에 메기를 풀었다. 청어로서는 천적인 메기를 푸는, 일종의 극약처방이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청어들은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계속 도망다니며 생존력을 키웠다. 메기 한 마리가 청어들을 싱싱하게 만든 셈이다. 이것이 메기 효과의 어원이다. kt가 황재균에게 바라는 가장 큰 효과는 어쩌면 이런 '무형의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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