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병모는 데뷔 21차인 베테랑 배우다. 하지만 우리가 그의 얼굴을 제대로 인지한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만큼 무명 시절이 길었을 그다. 그래서일까. 최병모의 연기 사랑은 생각 이상으로 컸다. 힘든 시간을 견뎌낸 만큼 현재의 성공을 감사히 여길 줄 알았다. 눈앞의 이익보단 아직도 연기가 주는 즐거움을 추구하고 있었다.
이러한 최병모의 연기 열정은 작품의 성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tvN '비밀의 숲',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tvN '굿와이프', tvN '또 오해영', SBS '용팔이' 등 다수의 히트작들이 필모그래피를 채우고 있는 것. 그가 지난 2015년부터 드라마에 진출한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
무엇보다 지난 16일 종영한 tvN '부암동 복수자들'에서는 극중 건설회사의 후계자이자 김정혜(이요원 분)와 이수겸(이준영 분)의 복수 대상자인 이병수를 연기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 상황. 그의 허당기 넘치는 밉상 연기가 극의 유쾌한 분위기를 배가시켰다는 평이다. 이에 OSEN은 최근 남다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신스틸러 최병모를 만나 그동안의 연기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하 최병모와의 일문일답.
Q. 해마다 히트작이 있더라고요. 2015년엔 '용팔이', 2016년엔 '또 오해영', 2017년엔 '비밀의 숲', '부암동 복수자들'이 잘 됐어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따로 있으신가요?
"그런 건 없어요. 다만 운이 좋았다는 생각은 많이 해요. 제가 재밌는 걸 찾아서 하는 편이라 '이 작품은 내가 하면 재밌겠다' 싶으면 비중하고 상관없이 해요. '또 오해영' 때 역할도 잠깐 나오지만 인상 깊고 재밌을 것 같아서 했고 '부암동 복수자들'도 사람들이 편히 볼 수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해서 참여하게 됐어요."
Q. 드라마에 비해 영화 성적은 좋지 않은 편인데 아쉽진 않으신가요?
"그렇게 생각하진 않아요. 어쩌다 보니 '아가씨', '아수라',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등 영화는 마니아만 형성하는 작품들에 출연했더라고요. 분량에 상관없이 그런 부분들이 재밌었어요. 앞으로도 '내가 얼마나 즐겁게 할 수 있느냐'에 중점을 두고 출연할 계획이에요."
Q. 연극배우 출신이던데 무대가 그립진 않으신가요?
"가끔 생각은 나요. 하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 하고 싶어요. 이번에도 베테랑 연기자들을 보면서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아직 카메라를 잘 모르겠어요. 궁금한 점도 많고요. 무대에 익숙한 만큼 매체에 익숙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제가 제대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방송에서 제대로 놀았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무대를 다시 해보고 싶어요."
Q. 어떻게 방송으로 오게 됐나요?
"제가 오디션을 보러 다녔어요. 방송 쪽은 회사 없이 하기 힘들어요. 영화사에 프로필을 돌리고 그랬죠. 3년 전까진 아르바이트도 한 것 같아요. 그러던 중 영화 '감기'에 캐스팅이 됐어요. 김성수 감독님께서 오디션을 본 뒤 제게 큰 역할을 주셨죠. 평생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 분이에요."
Q. 벌써 21년 차 배우인데요. 연기에 대한 마음이 남다를 것 같아요.
"연기를 해야 사는 것 같아요. 연극을 하다가 힘드니까 다른 직업을 가져보려고 해도 제가 살아있다고 느낄 때는 연기를 할 때뿐이었어요. 다른 것들은 의미가 없더라고요. 잘 풀리지 않아도 죽었을 때 후회는 없겠다 싶었죠. 잘 풀려야지라고 생각하면 스스로 지쳤을 것 같아요."
Q. 악역을 주로 맡고 계신데 맡아보고 싶은 다른 역할이 있으신가요?
"또 악역을 한다면 제대로 된 악역을 해보고 싶어요. 진지하고 무거운 악역이오. 그게 아니면 친근한 동네 아저씨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그동안 오피스 쪽 직업을 많이 맡아서 동네에서 편하게 볼 수 있는, 아들딸 좋아하고 성실히 살아가는 소시민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Q. 출연작 모두가 소중하겠지만 그중에서 인생작이 있을까요?
"누가 뭐래도 제 인생작은 '감기'예요. 방송으로 갈 수 있는 물꼬를 틔어준 작품이거든요."
Q.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신가요?
"연기도 행복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이게 갑자기 일이나 목적, 수단이 되어버리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예전 무명 생활할 때와 똑같이 재밌고 즐겁게 했으면 좋겠어요. 명성이나 돈을 따라가지 않으면 지금처럼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어요."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초심을 잃지 않고 겸손하게 연기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얄미운 악역을 주로 하긴 했지만 저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닙니다.(웃음)" / nahee@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