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표팀은 분위기가 정말 좋고, 서로 의욕적으로 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령탑도 인정한 대표팀 분위기. 과연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선동렬 대표팀 감독이 이끄는 APBC 대표팀이 20일 김포공항 귀국으로 해산했다. 지난 4일 소집된 대표팀은 약 보름의 시간 동안 합숙 생활을 하며 동고동락을 함께했다. 특히 이번 대표팀은 만 24세 미만, 프로 3년 차 이하로 나이 제한이 있어서 또래 선수가 모여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여줬다.
비록 결승전에서 일본에 패배하면서 우승이 좌절되며 '유종의 미'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선수들에게 잊지 못할 작은 추억을 선사했다. 분위기만큼은 '역대급'이라는 APBC 대표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준비했다.
# 응원가 메들리…식당이 노래방으로
훈련을 앞둔 대표팀 식당. 낯익은 응원가 소리가 흘러나왔다. 바로 대표팀 선수들의 응원가. 선수들은 각자의 개성이 담긴 응원가를 준비해왔다고, 선수들은 서로의 응원가를 따라 부르며 흥겨워했다.
선수들 뿐 아니었다. “진~갑용, 진~갑용”. 대부분의 코치들이 2000년대까지 선수로 뛰었던 만큼, 현역 시절 응원가가 남아있었다. 선수들은 코치들의 현역 시절 응원가도 소리 높여 따라 불렀고, 이 모습에 코치들도 웃음이 터졌다.
선동렬 감독도 화기애애한 대표팀의 풍경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선동렬 감독은 "식당에서 선수들과 코치들의 응원가가 흘러나왔다. 분위기가 정말 좋더라"며 미소를 지었다.
# 류지혁 "저 혼자 마무리 캠프하고 있어요."
이번 대표팀 훈련에서 바빴던 선수 중 한 명은 류지혁이다. '유틸리티 플레이어'라는 수식어는 남모를 그만의 땀방울이 있었다. 주 포지션이었던 유격수와 3루수는 물론 2루수, 1루수까지 류지혁은 내야 전 포지션에서 펑고를 받았다. 그만큼, 남들보다 훈련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훈련을 마친 뒤 류지혁은 지친 표정으로 "혼자 마무리 캠프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토로했다. 류지혁의 훈련은 19일 결승전에서 번트 수비로 이어지기도 했다.
많은 시간 수비 연습을 했지만, 대만전에서는 대수비가 아닌 깜짝 대타로 경기에 나섰다. 하루 전인 일본전에서 적시 2루타를 뽐내며 좋은 컨디션을 자랑했기 때문. '대타 류지혁' 작전은 성공이었다. 류지혁은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내며 찬스를 이었다. 경기 후 류지혁도 대타로 나선 자신의 모습에 어안이 벙벙한 모습. “두산에서도 못해봤던 것인데…"라며 대타의 순간을 떠올리기도 했다.
한편 20일 류지혁은 장승현과 함께 서울이 아닌 '진짜 마무리 캠프'가 열리고 있는 미야자키로 떠났다.
# '프로 미담러?' 장필준, KBO 직원에게 90도로 인사한 이유는?
아마 이번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미담을 남긴 선수는 '맏형' 장필준이 될 것 같다. 일본과의 예선전을 패배한 뒤 단체 채팅방에 다소 부진했던 선수들을 위해 "너희가 못한 것이 아닌 진 만큼, 우리 전부 다 못한 것"이라고 위로의 말을 남기기도 했고, 또 선수들에게 곳곳에서 좋은 말과 조언을 해줬다.
KBO 관계자도 장필준의 미담 한 가지를 전했다. 지난 4일 선수단 소집이 이뤄진 가운데, 선수들은 유니폼을 지급받았다. 그런데 장필준의 유니폼이 다소 작았던 모양. 그러나 장필준은 연습 경기에서는 이 유니폼을 그대로 착용했고, 연습경기가 끝난 뒤 조심스럽게 KBO에 유니폼이 작다는 사실을 전달했다.
KBO로서는 경기력에 직결되는 요청인 만큼, 곧바로 유니폼을 교환해줬다. 그러자 장필준은 "정말 고맙다"며 90도 인사까지 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KBO 관계자는 "우리가 당연히 해야할 될 일이었는데도, 고마워해주니 우리가 고마웠다"고 장필준의 인성에 감탄했다.
# 사악한(?) 임기영, "옆에서 악플 다 읽어줬어요."
지난 16일 한국과의 일본전. 인터넷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에는 '김윤동'이라는 이름이 떴다. 김윤동은 4-3으로 앞선 9회에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왔지만, 볼넷 2개와 안타로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결국 함덕주에게 마운드를 넘겨줬다. 함덕주가 불을 끄기 위해 마운드에 올라왔지만,밀어내기 볼넷이 나왔고, 결국 연장 승부 끝에 한국은 패배했다.
야구팬들은 김윤동을 향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자신 때문에 패배했다는 마음에 김윤동도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김윤동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서 '절친' 임기영은 다소 독한 방법을 썼다. 바로 김윤동에게 달린 악플을 직접 옆에서 읽어주는 것.
임기영은 "(김)윤동이가 예민한 면이 있다. 그대로 나두면 자책하고 혼자 너무 힘들어할 것 같아서 악플을 읽어줬다. 그랬더니 웃더라"라며 미소를 지었다.
# 승리의 셀카…KBO 홍보팀의 센스
대만전 승리 후 대표팀 25명의 선수가 셀카봉을 든 안익훈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거나 혹은 환하게 웃으며 선수들은 각자의 개성대로 우승의 기쁨을 사진에 담았다.
갑자기 나타난 셀카봉. '셀카봉 사진'의 탄생 배경에는 KBO 홍보팀의 센스가 한 몫 했다. KBO홍보팀은 지난 2015년 프리미어12 때 주최측이 셀카봉 준비해 선수들 스스로가 우승의 순간을 남기도록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KBO측은 선수단에게 조심스럽게 셀카봉 사진을 제안했고, '젊은 피'의 모임답게 흔쾌히 사진을 허락했다. 그 결과, '역대 최고 분위기'인 대표팀의 모습은 한 장 사진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게 됐다. / bellstop@osen.co.kr
[사진] 도쿄(일본)=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