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던 지난 8월 안산 호수공원에 축구 선수들이 나타났다. 유니폼을 입고 축구공을 들고 나온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시민들에게 가벼운 운동 방법을 가르쳤다. 워밍업을 시작으로 적당한 강도의 운동을 펼쳤다. 스쿼터, 런지 그리고 밸런스-스트레칭으로 이어졌다. 웬만한 헬스클럽에서 배워야 할 운동들이었다. 운동을 지도한 이들은 바로 안산 그리너스 선수들이었다. 지역 밀착 활동의 하나였다.
8월부터 안산은 매주 화, 목 저녁 8시 안산 호수공원 중앙광장에서 '밤 도깨비 그린 피트니스'를 실시했다. 시민들의 호응이 좋았다. 한 시민은 “그동안은 체계적인 운동법을 몰라 공원을 그냥 걷기만 하였는데, 이렇게 축구단에서 스쿼트 같은 운동을 전문적으로 알려줘서 제대로 운동을 하는 기분이다”라며 프로그램에 대한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올해 K리그 챌린지에 참가한 안산은 적은 예산으로 인해 뛰어난 선수들을 영입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안산은 성적에 대한 압박을 이겨내고 시민들 속으로 파고들기 위해 노력했다. '밤 도깨비 그린 피트니스'는 커뮤니티 프로그램 중 하나다. 안산이 자랑하는 커뮤니티 프로그램 종류는 다양하다.
프로선수가 학교를 직접 방문해 축구 체험을 제공하는 ‘그린스쿨’이나 홈구장인 와~스타디움을 투어 하는 ‘풋볼탐험대’, 학생들의 등·하굣길 안전을 지켜주는 ‘등하교 지킴이’와 관내 각종 단체들을 방문해 일손을 돕는 ‘그리너스 봉사대’ 등 다양하고 폭 넓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다.
그 결과 안산은 창단 첫 해 ‘플러스 스타디움 상’과 ‘풀 스타디움 상’을 수상하는 등 안산은 K리그 챌린지에서는 많은 평균 관중 2,702명을 기록하며 신생팀답지 않은 관중몰이를 해냈다.
안산이 노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프로스포츠는 팬의 사랑을 먹고 살기 때문이다. 팬들에게 축구단의 존재를 알리고 경기장으로 그들의 발걸음을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선수들을 영입해 뛰어난 성적을 내며 관중들의 관심을 끄는 것도 좋지만 모든 구단이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 따라서 연고지 시민들에게 축구단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사회 공헌 활동이 중요하다.
간헐적으로 열리는 A매치만으로 팬들의 열기를 이어 나가기란 쉽지 않다. 연고지 정책을 펼치고 있는 K리그가 중심에 설 필요가 있다. 주말 혹은 주중에 열리는 프로축구를 바탕으로 축구 인기도 회복해야 한다. A매치만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 프로축구팀을 응원하는 것이 우리의 축구문화, 축구브랜딩화가 되어야 한다.
안산뿐만 아니라 많은 구단들이 노력하고 있다. K리그 클래식 정상에 오른 전북도 지역 밀착을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제주를 비롯해 군경팀인 아산 무궁화도 지역 밀착이라는 명제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대한축구협회도 A매치 뿐만 아니라 K리그 발전을 위해 프로축구연맹과 협업을 펼쳐야 한다. 마케팅, A매치 경기장 선정 그리고 선수 소집도 정확한 소통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면 한국 축구의 풀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서도 K리그 팀들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선수들의 조기 소집에 응했다. 한국 축구를 위한 중요한 결단이었다. 또 이번 동아시안컵도 조기 소집에 응하면서 K리그팀들은 의무 이상의 것을 하고 있다.
K리그가 모두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축구협회도 그 부분에 대한 평가가 정당하게 이뤄져야 한다. 프로축구연맹이 축구협회의 결정을 따르는 이유는 어린이들이 한국 축구에 대한 미래를 생각할 기회를 만들기 위함이다.
최근 유럽 축구가 메인으로 떠오르면서 K리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지만 대표팀의 핵심이 K리그 출신들이기 때문에 그들을 보면서 꿈을 꿀 수 있도록 월드컵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한 것이 바로 K리그다.
새롭게 집행부가 구성된 대한축구협회도 축구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풀뿌리부터 타고 올라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기존에도 펼치고 있는 오픈 트레이닝 세션 등도 있지만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대표팀 소집 시 단순히 경기를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활동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클럽팀들의 연고지 밀착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위한 홍보, 마케팅, A매치 경기장 선정, 선수 소집까지 하나하나 세세하게 협회도 신경을 써야 한다. 물론 현재 K리그 각 구단들이 노력하고 있는 것들이 기반이 될 수 있다. / 10bird@osen.co.kr
[사진] 안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