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로서는 3년 전의 악몽이 다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주전 포수인 강민호(32)에게 거액을 제시했지만, 강민호는 표면적으로 같은 금액에 삼성행을 택했다.
삼성은 21일 프리에이전트(FA) 포수인 강민호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4년 총액 80억 원(계약금 40억 원, 연봉 총액 40억 원)의 대형 계약이다. 4년 전 롯데와 4년 총액 75억 원의 계약을 맺었던 강민호는 재자격을 얻은 올해 또 한 번의 대박을 터뜨렸다.
강민호는 롯데의 상징이었다. 2004년 롯데의 2차 3라운드(전체 17순위) 지명을 받은 강민호는 2004년 1군에 데뷔, 올해까지 통산 1495경기를 롯데에 바쳤다. 그래서 이적이 더 놀랍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으로는 금액도 화제다. 롯데도 강민호에게 총액 80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롯데는 강민호의 삼성행 공식 발표에 앞서 “프랜차이즈 스타인 강민호의 상징성을 고려해 4년 총액 80억 원을 제시했지만, 시장의 평가를 원하는 선수의 의견을 존중해 협상을 최종적으로 종료했다”고 발표했다. 표면적으로 80억 원이라는 금액 자체는 같다.
보통 같은 값이면 익숙했던 원 소속팀에 남는 것이 일반적이다. 강민호는 삼성의 진정성을 이야기했지만, 결국 금액이 달랐을 것이라는 추측이 힘을 얻는다. 삼성의 80억 원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 이상일 것이라는 게 전체적인 시선이다. 롯데와 삼성의 제안에 옵션 차이가 있었을 수도 있다. 선수들은 보장 금액에 굉장히 민감하다.
어쨌든 롯데는 3년 전 장원준의 사례가 되풀이됐다. 당시 롯데는 국가대표 좌완인 장원준에 4년 총액 88억 원을 제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런데 장원준은 이 제안을 걷어차고 두산과 4년 총액 84억 원에 계약해 팬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당시에도 장원준의 계약이 축소발표라는 의견이 많았는데, 실질적으로 두산이 장원준과 6년 계약을 했다는 설이 신빙성 있게 나돌기도 했다.
강민호도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 만 32세의 선수다. 4년 뒤에는 포수로서는 가치가 다소 떨어지는 시점이 된다. 이에 아예 선수생활의 말년까지 보장하는 장기 이면 계약을 맺었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돈다. 물론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롯데의 허탈감은 배가되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