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또 내부 FA 단속에 실패했다. 이번에는 영원한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을 것 같았던 강민호라 충격 두 배다.
강민호는 21일 삼성과 4년 총액 80억원에 FA 계약을 맺고 롯데를 떠났다. 4년 전에는 FA 1호 계약으로 4년 총액 75억원 최고 대우로 롯데에 잔류했던 강민호는 이번에도 재계약이 유력했다. 롯데도 강민호에게 4년 총액 80억원을 제시했지만 마음을 붙잡진 못했다.
이로써 롯데는 또 한 명의 내부 FA 선수를 다른 팀으로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내부 FA의 타팀 이적이 10명째로 역대 최다 기록을 썼다. LG와 SK도 9명씩 있었지만 롯데가 10명째 내부 FA가 유출되고 말았다.
지난 2002년 내야수 김민재가 SK로 이적한 것이 최초. 그 뒤로 10년간 내부 FA 유출이 없었지만 2012년부터 하나둘씩 팀을 떠나기 시작했다. 2012년 투수 임경완이 SK로 향했고, 2013년에는 외야수 김주찬과 지명타자 홍성흔이 각각 KIA-두산으로 이적했다. 특히 김주찬은 팀에 꼭 필요한 외야 자원이었다. 지난해 김문호가 주전 좌익수로 자리 잡기 전까지 롯데는 3년간 김주찬의 빈자리를 실감해야 했다.
절정은 2015년이었다. 2014시즌을 마친 뒤 'CCTV 사찰' 논란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했던 롯데는 내부 FA 3명을 놓쳤다. 투수 최대어 장원준이 두산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고, 투수 김사율과 내야수 박기혁은 신생팀 kt로 동반 이적했다.
무엇보다 장원준에게 4년 총액 88억원이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도 사인을 받아내지 못했다. 장원준은 롯데보다 총액 4억원이 적은 두산을 택했다. 부산 토박이 장원준이었기에 롯데의 충격은 컸다. 장원준 이적 후 롯데는 2년간 토종 선발투수 부재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어 2016년에는 투수 심수창이 한화로 이적했고, 올 겨울에는 미국에서 돌아온 황재균이 롯데 대신에 kt로 향했다. 황재균의 경우 수도권 구단을 선호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유출이었지만 롯데에서 14년을 보낸 프랜차이즈 스타 강민호를 놓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것도 공식적인 조건은 삼성과 같았다.
철썩같이 믿었던 강민호의 재계약였기에 롯데팬들의 상실감이 만만치 않다. 당장 강민호의 빈자리를 메우기도 쉽지 않다. 그 어느 때보다 내부 FA 단속 실패가 뼈아프게 느껴진다. 손아섭마저 놓친다면 후폭풍은 더 거세질 것이다. /waw@osen.co.kr
▲ 롯데, 역대 내부 FA 유출 사례
- 2002년 김민재(내야수) : SK행, 4년 10억원
- 2012년 임경완(투수) : SK행, 3년 11억원
- 2013년 김주찬(외야수) : KIA행, 4년 50억원
- 2013년 홍성흔(지명타자) : 두산행, 4년 31억원
- 2015년 장원준(투수) : 두산행, 4년 84억원
- 2015년 김사율(투수) : kt행, 3+1년 14.5억원
- 2015년 박기혁(내야수) : kt행, 3+1년 11.4억원
- 2016년 심수창(투수) : 한화행, 4년 13억원
- 2018년 황재균(내야수) : kt행, 4년 88억원
- 2018년 강민호(포수) : 삼성행, 4년 80억원
[사진] 장원준-황재균-강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