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내 아들 몫까지 잘해줬으면 좋겠다".
kt는 시즌 종료 후 코칭스태프 대거 개편에 나섰다. 3년 연속 꼴찌에 머물며 개편의 필요성을 느꼈다. 아직 구체적인 보직이나 위치가 확정된 건 아니지만, 내부적으로는 얼추 조각을 마친 상황이다. 가장 주목할 변화는 김용국 코치의 수석 승격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kt 수비코치로 부임한 김 코치가 1년 만에 수석코치로 올라섰다. 김용국 코치의 경력 첫 수석이다.
사실 김진욱 감독은 김용국 코치의 잔류 여부를 두고 걱정에 빠졌다. 류중일 감독의 LG 부임 때문이었다. 김용국 코치는 한양대 재학 때부터 삼성 현역 시절까지 류중일 감독과 내내 한솥밥을 먹었다. 류중일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2011년부터 5년간 삼성의 왕조를 만드는 데 공이 혁혁한 인물이다. 따라서 '류중일 사단'의 일원으로 LG행을 우려한 김진욱 감독이다.
김진욱 감독은 류중일 감독의 LG 부임 직후 김 코치에게 전화를 걸어 "니 가나?"라고 물었다. 김 코치가 손사래치자 "내년에도 꼭 함께 하자"며 거듭 당부했다고. 류중일 감독의 연락이 오지 않았을 뿐더러, 김용국 코치가 이미 kt 잔류를 결심했기에 이는 기우로 그쳤다.
그런 가운데 김용국 코치에게 kt 수석 제안이 왔다. 김 수석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선택이었다. kt는 김진욱 감독 부임 후 이광길 수석코치, 김광림 타격코치 등과 함께 김용국 코치를 데려왔다. 하지만 결과는 3년 연속 최하위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광길 수석과 김광림 코치가 팀을 떠났다. 수락이 쉽지 않았다.
김용국 수석코치는 "나이가 가장 많다보니 코치 조장을 시킨 모양이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kt 관계자는 "구단에서는 김용국 코치님의 소통 능력을 높게 샀다. 강요 대신 의논을 중시하는 감독님 성향상 선수단 가교 역할에 제격이다"라고 평가했다.
김용국 수석코치는 1996년 현대 피닉스서 수비코치를 시작한 이후 올해까지 20년 넘게 쉬지 않았다. 수비와 작전 코치로 이름을 날렸지만 수석코치 역할은 처음이다. 김 수석은 "신경 쓸 게 정말 많다. 수비코치 때는 야수들의 수비만 신경 쓰면 됐다. 하지만 이들의 타격은 물론 투수조도 챙겨야 한다. 거기에 감독님과 프런트의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김 수석은 '소통'으로 선수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사회 전반에서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기다. 하지만 김용국 수석코치에게 kt 선수들과 소통은 더욱 쉽다. '아들 같은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김용국 수석 슬하에는 두 아들이 있다. 모두 야구를 했고 프로팀에 입단까지 했다. 비록 쓴잔을 마시며 현재는 야구계를 떠났지만 20대 중후반의 나이. 지금 kt 선수들과 또래다.
특별한 인연도 있다. 올 시즌 상무에서 전역한 이창진은 김 수석의 둘째 아들 동빈 군과 롯데 시절 한솥밥을 먹었다. 김용국 수석코치는 이창진에게 "너는 내 아들 몫까지 더 열심히 해야 한다"라며 자신감을 북돋아주고 있다. 비단 이창진뿐만 아니다. 평소 선수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던 그는 수석코치 승격 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김진욱 감독은 이번 캠프 내내 코칭스태프에게 "절대 강요하지 말자"고 거듭 당부했다. 그런 김 감독의 지도 철학에 김용국 수석코치는 제격이다. 이창진은 "동빈이와 친했었다. 그런데 김용국 코치님이 동빈이 아버님인 건 얼마 전에 알았다"라며 "나를 아들처럼 대해주신다. 수비와 타격에서 많이 배우고 있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수석코치가 됐지만 목표는 딱 하나, kt의 좋은 성적이다. 김 수석은 "kt가 3년간 팬들에게 실망만 안겼다. 너무 죄송할 따름이다"라며 "여러 모로 기대가 큰 시즌이다. 남은 마무리 캠프와 향후 스프링캠프에서 죽도록 준비해보겠다. 기대해달라"라고 당부했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