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소속팀도 바뀌었다. 2017년은 오태곤에게 '격변의 해'였다. 가장 바뀐 건 그의 마음가짐이다. 오태곤은 절치부심 속 내려놓음으로 2018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오태곤은 올 시즌 시작을 롯데에서 맞았다. 그러나 개막 보름 남짓 지난 4월 18일, 롯데와 kt는 2대2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오태곤과 배제성이 kt로 건너가며 반대급부로 장시환과 김건국이 롯데 유니폼을 입는 내용이었다. 트레이드 발표 며칠 전, 오태곤은 KBO에 개명등록을 신청했다. 오승택에서 오태곤으로. 더는 다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였다. 그렇게 일주일 새 이름과 소속팀이 바뀐 셈이다.
팀을 옮기며 꾸준한 기회가 따라왔다. 그 결과 오태곤은 데뷔 후 가장 많은 135경기에 나서 타율 2할8푼3리, 9홈런, 42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는 "평가할 가치가 없는 기록이다"라며 딱 잘라말했다.
▲ 수 차례 되새긴 주문 "장시환 선배보다 잘해야 한다"
오태곤은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 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캠프지에서 만난 오태곤은 "감독님께서 좋을 때든 아닐 때든 믿고 내보내주셨다. 이만큼 기회를 얻으면 누구라도 올해 나 정도 성적을 기록했을 것이다"라고 털어놨다.
반 년도 더 지난 트레이드 얘기지만 그때 받은 충격은 아직도 선명하다. 오태곤은 "트레이드는 남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기사로만 접하는 사건이었다. 막상 내가 당사자가 되니 멍했다"라고 회상했다. 당시 롯데 라커룸은 눈물바다였다. 오태곤이 눈물을 흘리자 평소 가까웠던 김문호, 정훈 등이 줄줄이 울었다고. 이를 지켜보던 강민호도 "남자놈들이 뭘 울고 있냐"라며 가장 굵은 눈물방울을 떨어뜨렸다고.
여러 모로 충격의 트레이드였지만 이를 변명삼고 싶지 않다는 오태곤이다. 그는 "팀이 바뀌어도 야구는 똑같다. 적응하느라 성적이 좋지 않다? 이건 말도 안 되는 핑계다"라며 "kt에 이미 적응했다. 성적이 안 나온 건 오로지 내 탓이다"라고 아쉬워했다.
'장시환 선배보다 잘해야 한다'. 트레이드 직후 생긴 오태곤의 목표 중 하나였다. 오태곤은 "반대급부를 의식 안 한다면 거짓말이다. 아마 트레이드를 겪은 모두가 그럴 것이다. 더 잘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다. kt가 왜 오태곤을 데려온 건지 증명하지 못한 것 같다"고 밝혔다.
▲ '보상선수 거론'에도 의연한 이유
kt는 시즌 종료 후 프리에이전트(FA) 황재균과 4년 88억 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팀 창단 후 최고액 투자. 주전 3루수 자리는 자연히 황재균의 몫이다. 그 유탄은 오태곤, 김동욱 등 내야수들에게 고스란히 향한다.
그러나 오태곤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나와 (황)재균이 형이 자꾸 비교되는데, 현시점에서는 레벨이 다른 선수 아닌가"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렇다고 순순히 물러날 수는 없다. 경쟁은 익숙하다. 어떻게든 내 강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롯데 시절부터 그와 친밀했던 황재균은 계약 직후 오태곤에게 "외야로 잘 가라"라며 농담 메시지를 보냈다고. 오태곤은 마무리 캠프에서 외야수 변신에 나섰다. 데뷔 후 줄곧 내야수를 맡은 그에게 중요한 변화다. 다만, 외야 전향은 아니다. 김진욱 감독은 오태곤에게 "스프링캠프부터 내외야 겸업을 시킬 것이다. 마무리 캠프에서 마음껏 외야를 맡아봐라"고 주문했다.
그의 가장 큰 약점은 수비였다. 20홈런의 잠재력을 가졌음에도 내야 수비 안정감이 떨어졌다. 어이없는 송구나 포구 실책도 몇 차례 있었다. 자연히 수비는 부담이었다. 오태곤은 "외야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확실히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라며 "내 것 묵묵히 할 일만 남았다. 기회가 오면 잡을 수 있도록 늘 준비돼야 한다"고 되새겼다. 김진욱 감독도 "외야수의 내야 전향은 힘들지만 반대의 경우는 한결 나은 편이다"라며 "기본적인 재능이 있는 선수라 그런지 외야 수비도 기대 이상이다"라고 칭찬했다.
kt는 황재균의 영입으로 20인 외 보상선수를 롯데에 내줘야 했다. 결과는 조무근이었다. 하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오태곤이 풀릴 것 같다. 과연 롯데가 데려갈까'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오태곤은 "그게 내 위치다. 보여준 게 없는데 묶어달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다"라며 "솔직히 묶였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kt에서 나를 데려왔고, 김진욱 감독님이 기회를 주셨다. 거기에 보답을 못했기 때문에 화답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2017 오승택'보다 '2018 오태곤'은 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그런 만큼 더 단단히 무장하고 있는 오태곤이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