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지난달 20일 서울시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개막한 뮤지컬 '서른즈음에'는 고(故)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작사, 작곡한 강승원 작곡가의 대표곡들로 만들어진 쥬크박스 뮤지컬이다. '인생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와 같이 누구나 공감하는 질문으로 시작해 삶에 대한 후회와 기억, 동시에 서른 즈음에 겪는 사랑과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냈다.
무엇보다 이 창작 뮤지컬은 B1A4 산들, 뮤지컬 배우 백형훈, 걸그룹 러블리즈 케이 등의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해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던 상황. JTBC '히든싱어', '팬텀싱어'를 성공적으로 이끈 조승욱 PD가 연출을 맡았으며 MBC '라디오스타', JTBC '아는 형님'의 황선영 작가와 MBC '환상의 짝꿍', '아는형님' 최미연 작가가 가세해 완성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한 번쯤 관람해볼 가치가 있다.
▲"이렇게 좋았던가"..강승원 작사·작곡의 음악들
쥬크박스 뮤지컬의 강점을 꼽자면 추억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해주는 음악이 아닐까 싶다. 이는 '서른즈음에'를 작사, 작곡한 싱어송라이터 강승원의 음악들도 마찬가지. 뮤지컬을 관람하다 보면 '이렇게 좋은 노래가 있었나' 싶을 정도의 음악들이 관객들의 귓가를 사로잡는다. '서른 즈음에' 외에도 성시경의 '처음', '태양계', 이적의 '나는 지금(40somthing)...', 자이언티의 '무중력', 윤도현의 '오늘도 어제 같은 나는' 등의 주옥같은 명곡들을 재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나도 한땐 저랬지"..감동·웃음이 공존한 스토리
'서른즈음에'는 잘못된 죽음으로 인해 타임슬립의 기회를 얻은 중년 남성 현식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특히 이 작품은 일반적인 쥬크박스 뮤지컬이 스토리에서 약점을 보이는 것과 달리, 허를 찌르는 풍자와 유머, 그리고 감동을 선사하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로 차별화를 꾀했다. JTBC 간판 예능 PD와 작가가 손을 잡은 만큼, 1997년과 2017년의 시대상황을 현실감 있게 보여준 것은 물론, 지루할 틈 없는 전개와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관객들을 웃고 울게 만들었다는 평이다.
▲"신선한데?"..허를 찌른 아이디어·무대장치
타임슬립이라는 다소 어려운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이를 개연성 있게 풀어내기 위한 무대 장치 및 아이디어 또한 신선하다. 먼저 49세의 현식이 29세의 현식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다채로운 영상 장치를 통해 이해도를 높였다. 관객을 활용한 무대 퍼포먼스도 인상적이다. 관객들이 마치 콘서트장에 온 것처럼 배우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호응한다. 이 외에도 구석구석 숨겨진 재기 넘치는 참여형 아이디어들이 젊은 관객부터 중년 관객까지 폭넓은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힘을 지녔다.
▲"저 배우 누구지?"..산들·백형훈·케이의 재발견
마지막으로 배우들의 열연을 빼놓을 수 없다. 모든 배우들이 뜨거운 열정을 발휘하며 남다른 시너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아이돌 출신인 산들과 케이, 정통 뮤지컬 배우인 백형훈의 활약이 돋보인다. 산들과 케이는 호소력 짙은 가창력은 물론 극에 녹아든 자연스러운 연기로 이들이 아이돌이 아닌 어엿한 뮤지컬 배우로 성장했음을 보여줬다. 백형훈 또한 기존과 다른 가요 창법의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함으로써 어떤 장르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는 배우임을 입증했다.
이처럼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의미 있는 작품으로 탄생해 공연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서른즈음에'.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되고 있는 요즘, 유독 고단했던 올 한해를 가족과 함께 '서른즈음에'를 보며 위로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편 '서른즈음에'는 오는 12월 2일까지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만날 수 있다. 만 7세 이상. 총 150분. / nahee@osen.co.kr
[사진] '서른 즈음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