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다시 한 번 거물급 프리에이전트(FA) 단속에 실패했다. 어느덧 10번째. 이렇게 하나 둘씩 롯데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잃고 있다.
‘롯데의 강민호’라 불리던 강민호가 롯데 유니폼을 내려 놓았다. 강민호는 지난 21일 삼성과 4년 총액 80억원의 계약을 맺으면서 14년 간 활약했던 롯데를 떠나 삼성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한다.
롯데 입장에서는 다시 한 번 뼈아팠던 FA 시장이 된 셈이다. 강민호, 손아섭이라는 거물급 내부 FA 2명의 잔류를 최우선 목표로 내세운 롯데였다. 그러나 강민호 잔류에 실패하면서 사실상 롯데의 올해 FA 시장은 실패로 흘러가고 있다.
문제는 거물급 FA들이 나올 때마다 그들은 롯데를 떠나고 있다는 것. 2002년 내야수 김민재가 SK로 이적한 것을 시작으로 FA 자격을 얻어 롯데를 떠난 10번째 선수가 됐다. 자유계약선수 시장인 만큼, 시장 논리에 따른 몸값의 추이를 좇고 그리고 선수의 자유 의지를 존중해야 하는 FA 시장이지만, 이정도면 롯데의 내부 FA 단속에는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롯데는 “최선의 안을 제시했다. 프랜차이즈라는 상징성에 우리 팀 나름대로 값을 매긴 최대 금액이었다”고 말하며 강민호에게 제시했던 4년 80억원이라는 금액이 책정된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삼성의 발표 금액과 롯데의 제시 금액은 같았다. 그러나 강민호는 결국 롯데를 떠났다. 지난 2015년 장원준이 롯데의 4년 88억 원 제안을 뿌리치고 4년 84억 원에 두산으로 이적한 상황이 다시 한 번 떠오르는 대목이다.
두 선수 모두 롯데의 투타 프랜차이즈 스타로 탄탄대로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롯데를 등졌다. 공통점은 모두 롯데의 발표액과 같거나 낮은 금액으로 팀을 옮겼다는 것. 과연 모두의 사랑을 얻을 수 있고, 지역 내 최고의 스타로 군림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스타의 길을 포기하게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롯데는 최근 시장에서 ‘머니 싸움’에서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확인시켜줬다. 그리고 롯데는 할 수 있는 최선의 안을 제시하면서 내부 FA 잔류에 총력을 기울였다. 또 내부 산정 조건을 정한 다음 외부의 시장 상황에 흔들리지 않았다. 최종이자 최선의 안을 제시한 다음 선수의 의향을 확인했지만 선수들은 결국 롯데를 떠났다.
보상 금액 등을 고려하면 엄밀히 말해 다른 구단들이 더 많은 금액을 쏟아 붓고 투자를 감행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투자에 확실한 의사가 있다면 보상금에 대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결국 롯데보다 더 많은 금액, 발표액 이상의 금액이 선수들에게 돌아간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장원준의 경우, 환경을 바꾸고 싶다는 이유로 떠났고 강민호는 삼성의 진정성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한다. 그러나 장원준의 경우 정황상 6년 계약이라는 것이 확인되고 있고, 강민호 역시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것을 포기하게끔 만들 만한 거액을 제시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하고 있다.
롯데는 이렇게 다시 한 번 내부 FA를 떠나보냈다. 그들의 총력 선언은 물거품이 됐고, 롯데의 FA 시장 잔혹사는 다시 고개를 들췄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