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는 이기적이다. 홀로 스피드를 즐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기껏해야 옆 좌석에 사람을 태울 정도다. 차와 가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지만 적어도 스포츠카에서 가족에 대한 배려는 찾기 어렵다.
이런 스포츠카 애호가들의 전통적 세계관에 반기를 든 차가 있다. 포르쉐 파나메라다. 이 차는 ‘4도어 스포츠 세단’을 지향한다. 스포츠카 본연의 브랜드로 남아 주기를 바라는 포르쉐 마니아들은 때문에 파나메라를 두고 두고 ‘배신자’라 불렀다. ‘스포츠카 포르쉐’와 속성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9월 포르쉐코리아가 ‘파나메라 4S’를 출시했다. 포르쉐발 럭셔리 스포츠 세단의 2세대 모델이 국내에 상륙했다. 지난 3월 서울 모터쇼에서 국내에 처음 소개 된 지 6개월만이다. 그렇다면 ‘배신의 아이콘’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한술 더 떠 ‘스포츠’라는 말을 떼 버려도 될 정도로 럭셔리한 세단으로 돌아왔다. 대신 완벽한 두 얼굴이다. 스포츠카로 움직일 때와 럭셔리 세단으로 움직일 때 그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파나메라 4S의 미디어 시승 출발지는 서울 용산구에 있는 포르쉐전시장이었다. 꽉 막힌 강변북로를 뚫고 지나가야 했고, 해 질 녘 돌아오는 길 또한 강변북로의 숨막히는 길을 거쳐야 했다. 세계적인 스포츠카 브랜드에 정체도로는 최악이다. 주위의 눈초리도 따갑고, 우렁찬 엔진음엔 운전자 귀도 간지럽다.
그런데 느낌이 달랐다. 스포츠카를 몰고 있다는 생각 보다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상급 세단을 운전하는 듯했다. 질주본능을 자제 시키느라 급급하지 않아도 될 만큼 움직임이 부드러웠다. 더 놀라운 것은 뒷좌석 공간. 4도어라고 해도 2열 좌석은 애완견이나 태울 수 있을 정도로 협소한 게 보통의 스포츠카다. 그러나 ‘파나메라 4S’는 뒷좌석에 앉아 보니 제법 사장님 포스가 나왔다. 물론 ‘파나메라 4S’를 소유한 사장님이라면 뒷좌석 보다는 운전석에 앉기를 더 선호하겠지만 말이다.
막히던 도심을 벗어나 양평으로 가는 서울양양고속도로에 오르자 차는 변신을 시작했다. 요란스럽게 소리도 지르고, 위협적인 질주도 서슴지 않는다. 달리는 품새가 달랐다. 흐름을 탈 줄 아는 움직임이 억지스럽지 않다. 굳이 속도계를 쳐다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 경쾌한 몸놀림을 숫자로 계량화 할 필요가 있을까? 운전자는 그저 파나메라 4S가 연주하는 교향곡에 몸을 맡기기만 하면 됐다. 발 끝에 과하게 힘을 줄 필요도 없고, 속도계를 보며 불안에 떨 필요도 없었다. 몸도 차와 같이 슬로슬로 퀵퀵 리듬을 타고 있었다.
2009년 1세대 파나메라는 전세계에 15만대 이상이 팔렸다. 포르쉐 애호가들이 눈총을 줘도, 포르쉐 배지를 단 럭셔리 스포츠 세단을 찾는 소비자가 꾸준히 있었다는 얘기다. 신형 ‘파나메라 4S’는 스포츠 세단이 요구하는 미덕들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나갔다. 디자인은 물론이고 엔진과 변속기를 완전히 재설계 했다.
뒷좌석을 배려해 차체가 커지면서 실루엣을 좀더 길고 세련되게 뽑았다. 뒷좌석 시트 등받이는 40:20:40의 비율로 접을 수 있고, 이 경우 적재공간은 495ℓ이던 것이 1304ℓ까지 늘어난다. 포르쉐 세단에서 적재공간을 설명하는 게 생소하기는 하다.
배기량 2.9리터 V6 바이터보 가솔린 엔진은 이전 모델 대비 출력이 20마력 이상 증가한 440마력을 낸다. 반면 8단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PDK)을 장착해 연료 소모량(유럽연비 기준)은 11%가 줄어 복합연비가 8.8km/ℓ에 이른다. 웬만한 중대형 세단도 이 보다 연비가 나쁜 경우가 허다하다.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를 장착하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h까지 4.2초에 돌파한다. 본성은 스포츠카인지라 날래다.
포르쉐 신형 ‘파나메라 4S’는 부가세 포함 1억 7,370만원이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