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는 1차 지명, 2차 상위 라운드 신인이 즐비하다. 이들의 의식이 점차 바뀌고 있다. 사령탑은 "1군에서 싸울 수 있는 선수들이 되고 있다"고 흡족해 했다.
2013년 창단한 kt는 신생팀 우선지명으로 팀 전력 조각에 나섰다. 이후 2015년까지 신생팀 특혜가 이어졌고, 이후에는 3년 연속 최하위로 2차 신인지명에서 최우선권을 점했다.
자연히 자원들이 쌓였다. 2013년, 고교 선수 전체를 대상으로 한 우선지명에서 투수 류희운과 심재민을 뽑은 게 그 시작이었다. 같은해 1차지명 선수로는 박세웅, 2차 1라운더로 고영표를 뽑았다. 이듬해에는 신생팀 특별 지명으로 홍성무와 주권을 뽑았다. 1차 지명에서는 엄상백, 2차 1라운드로는 이창재를 뽑으며 투수 수혈에 주력했다.
이듬해 1차 지명에서는 박세웅의 동생인 투수 박세진을 뽑았으며, 2차 1라운드에서 미국 유턴파 남태혁을 지명했다. kt가 상위픽에서 고른 첫 야수였다. 신생팀 특혜가 사라진 2016시즌 드래프트에서는 투수 조병욱과 이정현이 상위 지명됐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처럼 좋은 투수의 가치는 설명이 필요없다. 선수층이 얇은 kt로서 투수 수급에 열중했던 이유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결과가 썩 좋지 않았다. 앞서 언급된 선수 중 1군에 자리 잡은 이들보다 그렇지 않은 이들이 더 많다. 상위픽이 즐비한 kt였지만 그들의 성장세가 더디며 성적 도모에 실패했다.
그런 kt의 상위 라운더들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마무리 캠프가 한창인 kt. 류희운과 홍성무, 박세진, 남태혁 등 상위 지명자들도 명단에 포함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진욱 kt 감독은 이들의 성장세에 흡족함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냉정히 말해 아마추어 선수가 1군에서 즉시 잘해주기는 쉽지 않다"고 운을 뗐다.
김진욱 감독은 "고교 시절 150km를 던지던 투수는 솔직히 그 레벨에서 쉽게 야구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는 다르다. 제아무리 빠른 공이라도 커트를 해내고, 각도 큰 변화구에 꿈쩍도 않는 게 프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감독은 "높은 지명 순위는 아마추어 때 활약에 대한 보상이다. 프로는 다르다. 상위 지명자들이 벤치를 달굴 때 그라운드를 누비는 하위 픽들의 사례가 숱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어떤 신인이든 한 번은 벽에 가로막힌다는 것. 이때가 기로다. 김진욱 감독은 "그럴 때 '내가 왜 안 통하지? 한 번 붙어봐야겠다'고 의지를 태우는 이들이 있는 반면 '아, 내가 상위 지명인데 이게 뭐야'라며 불만 품는 이들도 있다"고 강조했다.
kt 선수들의 의식은 점차 달라지고 있다. 일례로 남태혁은 올 시즌 중 기자에게 "내년, 내후년에도 내가 그대로라면 '역대 최악의 2차 1번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상위 지명의 부담과 실력차를 인정하고 담금질에 한창인 것. 김진욱 감독은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뒤 "좋은 자세다. 태혁이는 우리 팀에서 해줘야 할 역할이 분명하다. 지명타자와 대타 자리에 남태혁이 들어선다면 우리를 쉽게 보기 힘들다"고 반색했다.
높은 지명 순위는 프로에서도 좋은 성적을 담보하지 않는다. 결국 새로운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가 관건이다. 만일 kt의 상위 지명자들이 당시 기대에 충족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kt가 바라는 '두터운 뎁스'가 완성될 것이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