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 감독과 배우들이 실제 사건을 영화로 옮기면서 느낀 부담감과 책임감 등을 공개하며, 작품이 가지는 의미 등을 밝혔다.
22일 오전 서울 CGV 압구정에서는 영화 '1987'(감독 장준환)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장준환 감독을 비롯해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등도 참석했다.
이 영화의 모티브는 고(故)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으로, 6월 민주항쟁은 한국 영화에서 처음 다루는 소재다. 실존 인물을 연기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배우들은 진정성이 묻어난 시나리오를 접하고 곧바로 OK했다.
90년생으로 유일하게 이 사건을 겪지 않은 김태리는 "생각해 보면 고작 30년이고, 시대극이란 부담은 없었다. 나 혼자만의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게 아니라, 계속 인물들이 에너지를 더하고, 더해서 굴러가는 영화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나리오 자체가 너무 좋았다"며 작품에 애정을 드러냈다.
실존인물 대공수사처 박처장(김윤석 분), 서울지검 최검사(하정우 분), 사회부 윤기자(이희준 분), 대공형사(박희순 분) 등을 연기한 배우들은 부담이 많았을 터. 특히 김윤석은 박종철 열사의 고등학교 2년 후배다.
김윤석은 "이 작품을 해보자 모였던 시기는 지난해 봄이었다. 장미대선도 결정되기 전이었다. 다큐멘터리를 능가하지 못하고, 극 영화 개성을 가지지 못하면 만들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시나리오를 보니 다른 매력이 있었다. 앞서 촛불 시위로 정권이 바뀌었는데, 이 영화를 개봉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날까 우리도 궁금했다.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왔던 분들과 우리의 마음이 비슷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박처장 캐릭터가 자칫 역사의 희생자로 면죄부를 얻는 것 아니냐 지적에 그는 "그걸로 면죄부가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나쁜 사람, 나쁜 놈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가. 다시는 이런 인물이 만들어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접근했다"고 답했다. 박처장의 부하를 연기한 박희순도 김윤석의 말에 공감하며 "이 영화의 주인은 국민이다"는 멋진 말을 덧붙였다.
당시 시대의 아픔과 영화가 지닌 묵직한 메시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배우들은 제작보고회 현장에서도 진지하게 임했다.
'지구를 지켜라'(2003)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 이후 4년 만에 돌아온 장준환 감독은 "피 땀 흘린 분들께 누가 되지 않을까 늘 조심하면서 열심히 마무리하고 있다. 우리 국민이 얼마나 대단한 국민들인지 다시 한 번 영화관에 와서 느끼시고, 분노하시고, 울어주시길 바란다. 역사의 주인공들에게 힘이 될 것 같다"며 멘트를 마무리했다. 오는 12월 27일 개봉./hsjssu@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