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와 인신 공격 금지".
kt는 지난달부터 일본 미야자키 휴가시에서 마무리 캠프가 한창이다. 올 시즌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한 선수들 위주로 참여, 경쟁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상황이다.
하지만 마냥 불꽃이 튀지만은 않는다. 선수들이 코치 옆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하는 광경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파안대소를 할 때도 있는가 하면,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뭔가를 이야기 한다.
김진욱 감독은 "젊은 선수들은 본인의 매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폼을 지적하면 '내 폼이 정말 그런가?'라고 되묻기 십상이다"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실전 한두 경기 치르는 것보다 폼을 완벽히 잡고 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소통의 효과야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선수들이 코칭스태프에게 벽을 허물기는 어렵다. 김진욱 감독은 코치진에게 '강요 절대 금지'를 당부했다. 아울러 선수들이 스트레스 받을 수 있는 말, 가령 '너는 살 언제 뺄래?', '그게 그렇게 안 돼?' 등의 문장도 결코 사용해선 안 된다고.
상징적인 장면 하나. 서울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kt에 2차 5라운드로 입단한 좌완투수 김태오는 21일 야간훈련 때 류택현 코치와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다른 투수들은 섀도우 피칭이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가운데 '막내급' 김태오가 코치와 나란히 서 15분 넘게 대화를 나눈 것.
류택현 코치가 그를 꾸짖거나 지도한 게 아니었다. 김태오는 "좌투수가 좌타자 상대로 체인지업을 던지는 게 과연 실전에서 얼마나 효과적인가"를 물었다. 대개 좌투수는 좌타자 상대로 '빠져나가는 구종'인 슬라이더를 택한다.
류택현 코치는 정우람(한화)의 사례를 들어가며 답했다. 류 코치의 답은 "(정)우람이도 데뷔 초까지는 좌투 상대 슬라이더만 던졌다. 하지만 체인지업이 워낙 좋아 얼마 전부터는 좌타 상대로도 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택현 코치는 "감독님의 철학이다. 절대 지도하려 들지 말고, 대화하고 의논하자고 하셨다"며 "선수들의 흡수가 빠른 것 같다. 나 역시도 편하다"고 미소지었다.
야수 쪽도 마찬가지다. 이숭용 코치는 "선수들이 자신의 문제점을 물어온다면 하나하나 이야기 해준다. 선수들은 이 중 일부만 동의한다. 그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조금 더 좋은 결론에 도달한다"고 강조했다. 일방적인 지시 대신 소통의 문화가 자리잡는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성공적인 마무리 캠프일 것이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