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지명자의 잠재력은 어디 가지 않는다. SK 우완 정동윤(20)이 호평 속에 입지를 넓혀갈 태세다. 구단에서는 내년 선발 경쟁이 가능한 자원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시작된 SK의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서는 젊은 투수들이 호평 속에 땀을 흘리고 있다. 올해 새로 부임한 손혁 투수코치는 “젊은 투수들의 하드웨어가 너무 좋다”라면서 흐뭇한 미소를 숨기지 않는다. 기존 투수들보다는 아무래도 손길이 더 필요한 선수들이라 손 코치도 열과 성을 다해 지도 중인데 재미가 있다. 즉시전력감에 가장 가까운 선수 중 하나는 바로 정동윤이다.
야탑고를 졸업하고 2016년 SK의 연고 1차 지명을 받은 정동윤은 일찌감치 큰 잠재력을 가진 대기로 불렸다. 우선 체격 조건이 너무 좋다. 프로필상 193㎝의 큰 키다. 이 큰 키에서 나오는 위력적인 커브는 당장 1군에 올라가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호평 속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2군 투수 중에서는 손재주가 가장 좋다는 평가다. 정동윤을 신인 때부터 지켜봤던 김경태 2군 코치는 “뭘 하면 뚝딱 만들어낸다. 그만큼 감각이 좋다”고 치켜세운다. 2군 선수 중 탁구 최강자이기도 하다. 그만큼 변화구도 금방 익힌다. 거구지만 몸도 뻣뻣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 유연해서 탈이라는 아쉬움이 나온다. 성공을 위한 천부적인 소질은 분명히 가지고 있다.
지난 2년간 성장이 다소 더뎠던 것은 고비 때마다 찾아온 허리 통증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큰 문제가 없다. 성과도 조금씩 나고 있다. 올해 퓨처스리그 16경기에서 54⅔이닝을 던지며 2승3패2홀드 평균자책점 4.77을 기록했고, 퓨처스리그 올스타전 우수투수상의 주인공이었다. 짧게나마 1군도 경험했고 데뷔전도 가졌다. 더 뻗어나갈 발판을 마련한 2017년이었다.
손 코치는 “너무 유연한 것이 단점이기는 하다. 던질 때 내밀어서 던지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더 많이 휘어지는 만큼 탄력에 기대를 걸어볼 수도 있다”며 굳이 단점을 지적하지 않으면서 “일단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제구가 좋다. 정동윤이나 이원준이나 에이스 출신답게 생각해서 연습을 하더라. 5~6선발 경쟁을 해야 할 선수”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정동윤은 “투구폼과 기술을 중점에 두고 이번 캠프에 임하고 있다”면서 “숙이면서 던지는 습관이 있는데, 좀 더 상체를 세운 상황에서 던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캠프 주안점을 설명했다. 딱 하나 아쉬운 것은 구속. 빠른 공 구속이 130㎞ 후반에서 140㎞ 초반이다. 2~3㎞ 정도만 더 빨라져도 위력이 배가된다.
하지만 정동윤은 “구속은 코치님께서 올려주신다고 약속하셨다.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미소 지었다. 손 코치도 “구속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다. 하지만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자칫 잘못하면 밸런스가 다 무너진다. 어차피 지금도 크고 있는 선수다. 구속이라는 것은 어느 계기를 만나 갑자기 빨라질 수도 있는 것”이라며 정동윤을 격려했다. 천천히 앞으로 향해 달려가고 있는 정동윤의 내년 종착역이 절로 궁금해진다. /skullboy@osen.co.kr
[사진] 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