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야구를 좋아한다. 그 병사에게 kt 응원하라고 얘기했다". 최근 사회 전반에 화제가 된 귀순용사 오모 씨(24) 향한 이국종 교수의 이야기다. 기적을 보여준 귀순용사. kt 선수단도 진심어린 박수를 보냈다.
지난 13일 오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는 몇 차례 총성이 울렸다. 우리 군 초소 근무자들이 즉각 뛰쳐나가 확인했고, 낮은 자세로 쓰러진 북한군이 있었다. 귀순이었다. 북한군 병사(하전사) 계급장의 군복을 입은 귀순용사는 피를 흘린 채 쓰러져있었다. 판문점에서 북한군이 귀순 저지를 위해 발포한 건 1984년 이후 33년만이었다.
귀순용사 오모 씨는 수원 아주대병원으로 즉시 이송, '중증외상치료 전문가' 이국종 교수에게 맡겨졌다. 이 교수는 아덴만 작전의 영웅 석해균 선장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관심을 받은 이다.
귀순용사 오모 씨가 어느 정도 회복하자 이국종 교수는 한국 노래를 들려주거나 헐리우드 영화를 보여주며 심리적 안정을 찾아주고 있다.
그 중에는 야구도 있었다. 이국종 교수는 22일 기자 브리핑에서 "내가 야구를 좋아한다. 야구가 어떤 스포츠인지는 알더라. (그 병사에게) kt 응원하라고 푸쉬했다"고 밝혔다.
다소 의아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국종 교수와 kt의 인연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국종 교수는 kt 1군 진입 첫해인 2015년 수원 kt위즈파크를 찾아 스카이박스에서 경기를 관람했다. 시구 등 별다른 행사는 없었지만 평소 '스포츠광'으로 잘 알려진 이 교수는 kt를 응원하며 경기 내내 관중석을 떠나지 않았다. 아울러 이국종 교수가 근무 중인 아주대병원이 수원에 위치해, 연고지로서 명분도 충분하다.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 캠프가 한창인 kt. 하지만 귀순용사 이야기는 선수단 사이에서도 화제였다. 김진욱 감독은 휴대전화를 통해 귀순용사가 JSA에서 총탄을 피해가며 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을 지켜봤다. 김 감독은 "처음에는 상관과 충돌로 홧김에 귀순한 줄 알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북한군 추격을 받아가며 내려왔더라"라며 "정말 대단한 용기다. 우리 선수단에게 주는 메시지도 있다. 그런 용기가 필요하다"라고 격려를 보냈다.
이어 김 감독은 "어서 쾌차했으면 좋겠다. 기회가 된다면 경기장에 초대하고 싶다. 경기장에 찾아 시구를 한다거나, 응원을 해준다면 선수들에게도 큰 의미가 될 것이다"는 메시지도 함께 보냈다.
홍성무도 "한국은 좋은 나라다. 어서 쾌차해 우리나라에 적응 잘했으면 좋겠다"라고 격려한 뒤 "야구장에 오시면 꼭 인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kt 관계자는 "선수들도 일본에서 귀순용사 기사를 접했다 많은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다"라며 "이국종 교수가 kt 응원 이야기를 해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워낙 바쁘시지만, 기회가 되신다면 경기장에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국종 교수가 '치료법'으로 택한 야구. 그 인연이 쾌차 후 어떻게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ing@osen.co.kr
[사진 아래] 이국종 교수(왼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