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에 내 이름 올라 신기했다".
25경기 3승2패, ERA 5.92. KIA 좌완투수 정용운(27)의 2017시즌 1군 성적표이다. 우등생은 아니지만, 정용운에게는 너무 소중하다. 2009년 입단 이후 최고의 성적이다. 3승은 팀이 필요할 때 해주었다. 첫 승은 3연패를 끊었고 두 번째 승리는 싹쓸이패를 모면하게 했다. 3승째는 4연승으로 이어주었다. 임기영이 폐렴으로 이탈하자 정용운이 빈틈을 메웠고 팀은 1위를 지킬 수 있었다.
마운드의 신데렐라로 많은 박수를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체력이 뚝 떨어졌다. 7월부터 구위가 흔들렸고 8월까지 부진에 시달렸다.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승선 못하는 이유였다. 행복한 시즌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아쉬움 남았다. 가을 마무리 훈련지인 오키나와 긴베이스볼스타디움에서 만났다.
-3승이 팀에게는 대단히 중요했던 승리였는데.
▲솔직히 팀이 연패를 당하고 있는지, 1위 떨어진다는 것도 몰랐다. 팻딘, 헥터, 양현종이 앞에서 졌다. 이렇게 좋은 선발들도 졌는데 나도 질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마운드에 올랐다. 경기가 끝나고 포털에 내 이름 석자가 오른 것을 보고 신기했다. "과연 현실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한 시즌을 평가한다면.
▲9년만에 처음으로 1군에서 오래 뛰었다.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특별한 시즌이었다. 팬들도 많이 알아봐주시고 올 시즌 행복했다. 그래도 한국시리즈 못들어가서 정말 아쉽다. 계속 아쉽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파묻혀서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잊어버리고 노력했다. 지금은 잊었다.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은.
▲LG를 상대로 3승을 따낼 때 볼이 가장 좋았다. (6월 30일 잠실경기 5이닝 4피안타 2실점). 올시즌이 값진 순간이었다. 스피드가 높지 않았고 선발투수로 이닝을 많이 끌어주지 못했다. 제구력도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전반기는 좋았는데 후반기 힘이 떨어졌다. 아무래도 오랜만에 많이 던지다 보니 팔도 나오지 않았다.
-현재 가을캠프에서 보완하는 내용?
▲내년에는 130km대 후반에서 140km대 초반까지 스피드를 올리도록 노력하겠다. 그래야 체인지업이 먹힌다. 물론 스피드는 높인다고 바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웨이트와 러닝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고, 공을 많이 던지고 있다. 이틀에 한번 꼴로 하루에 170개~200개를 던진다. 마무리 캠프때 많이 던져 투구폼을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
-새로운 구종도 시험하고 있는가?
▲얼마전 APBC대회 결승전에서 일본선발투수(요미우리 좌완 다구치 가즈토)의 볼을 던지는 것을 보고 많이 배웠다. 볼이 빠르지 않는데도 볼끝이 좋더라. 커브 컨트롤이 좋아 카운트를 잡고 직구는 보여주는 투구를 했다. 여기서 나도 커브도 많이 다듬고 있다. 초반 카운트를 잡기 위해 필요하다.
-내년 시즌 5선발을 놓고 후보들과 경쟁중이다.
▲선발후보에 들었으면 좋겠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하겠다. 캠프 끝나고 쉴때도 준비를 많이 하겠다. 떨어지지 않으려면 노력해야 한다. 선발진에 들어가려면 타자와 승부에서 불리한 카운트를 막아야 한다. 볼카운트 2-2 안에서 승부를 해야 투구수도 줄일 수 있다.
-내년 시즌 목표와 자신만의 좌우명이 있다면.
▲내년 스프링캠프가 중요하다. 초반부터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 선발투수가 되고 싶지만, 100이닝까지 소화해보고 싶다. 올해는 59⅓이닝을 던졌다. 팀이 다시한번 우승하는데 기여하고 싶다. 좌우명은 이승엽 선배의 말씀인데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