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대한민국이 농구열기로 달아올랐다. 물이 들어 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한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23일 뉴질랜드 웰링턴 TSB뱅크 아레나에서 벌어진 ‘2019 중국농구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차전에서 뉴질랜드를 86-80으로 격파했다. 한국은 A매치 홈&어웨이 첫 경기서 승리를 신고했다.
극적인 승리였다. 한국은 11시간이 걸리는 장시간 비행 끝에 경기를 이틀 앞두고 뉴질랜드에 입성했다. 뉴질랜드 홈팬들의 열렬한 성원까지 이겨내야 했다. 여기에 심판진까지 후반전 노골적으로 뉴질랜드 편을 들었다.
한국은 삼중고를 훌륭하게 이겨냈다. 특히 전준범은 고비 때마다 6개의 3점슛을 펑펑 터트리며 22점을 쓸어 담았다. 오세근도 잇따른 오심에 흔들리지 않고 결정적 득점으로 중심을 잡았다. 온갖 불리함과 억울함을 실력으로 물리쳤기에 더욱 통쾌한 승리였다. 시원한 속공과 3점슛이 터진 한국의 공격적인 농구스타일은 보는 재미가 대단했다.
공교롭게 수능 날 치러진 경기였다. 전준범은 수능관련 키워드를 제치고 실시간 검색어 7위에 오르는 등 인기를 과시했다. 야구나 축구가 아닌 농구대표팀이 이렇게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다. 유럽파의 가세로 더 강해진 뉴질랜드를 통쾌하게 물리친 한국의 경기력에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24일 오후 귀국하는 대표팀은 오는 26일 고양체육관에서 중국대표팀과 2차전을 갖는다. 벌써부터 중국전 입장권을 구하려는 농구팬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농구협회 관계자는 “고양체육관 1,2층 4천석이 거의 매진됐다고 들었다. 지금도 입장권에 대한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 아마 경기 당일 체육관에 가면 현장 판매분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양체육관은 6216석 규모다. 경기 당일 농구팬들이 대거 몰린다면 농구A매치로 경기장이 매진되는 진풍경이 펼쳐질 수 있다.
모처럼 호재를 맞은 농구협회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살아난 농구인기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축구나 야구와 달리 농구는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농구팬이 적다는 이유로 유니폼을 판매하지 않았다. 이제는 달라졌다. 농구협회는 중국전 당일 120벌의 국가대표팀 레플리카 유니폼을 현장 판매한다. 유니폼은 장당 4만 5천원이다. 만원을 추가하면 선수들의 등번호와 이름도 새길 수 있다고 한다.
농구협회 관계자는 “농구인기를 끌어올려 마케팅에도 적극 활용하려 한다. 현장에 팝업스토어를 열어 대표팀 유니폼을 판매할 계획이다. 앞으로 온라인스토어도 열어 대표팀 머천다이즈 사업을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농구장에서도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좌석을 가득 메우며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장관이 펼쳐질 수 있다. 중국전은 그 시작이 될 것이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