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은 옛말이다. 중국농구가 예전 같지 않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23일 뉴질랜드 웰링턴 TSB뱅크 아레나에서 벌어진 ‘2019 중국농구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차전에서 뉴질랜드를 86-80으로 격파했다. 한국은 A매치 홈&어웨이 첫 경기서 승리를 신고했다.
뉴질랜드는 지난 아시아컵과 달리 최정예 1군을 파견했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도 모조리 팀에 합류했다. NBA센터 스티븐 아담스(24·OKC)를 제외하면 거의 100% 전력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특유의 정확한 3점슛과 빠른 속공, 변화무쌍한 지역방어를 앞세워 뉴질랜드를 이겼다. 한국은 전반전 한 때 10점까지 앞서는 등 시종일관 우위를 보인 끝에 승리했다. 심판진이 노골적으로 뉴질랜드 편을 들어줬지만 경기결과는 바꾸지 못했다.
이제 한국은 26일 중국을 고양으로 불러들여 2차전을 치른다. 중국은 23일 약체 홍콩을 난징으로 불러들여 96-44로 대파하며 첫 승을 신고했다. 1쿼터부터 32-16으로 앞선 중국은 2쿼터 홍콩에게 단 6점만 허용하며 대승을 거뒀다. 중국은 리바운드서 54-28로 홍콩을 압도하며 선수 12명 전원이 득점에 성공했다.
중국은 2019 중국농구월드컵의 개최국으로 이미 출전권을 획득한 상태다. 중국은 아시아 지역예선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없어 2군을 파견했다. 현재 중국의 멤버는 왕저린(23·212cm)과 딩얀유항(24·200cm) 정도를 제외하면 2군이다. 2015 창사 아시아선수권 우승멤버인 이젠롄, 저우치, 궈아이룬, 리무하오, 리건, 류샤오유, 주펑 등 1군들이 모두 빠졌다. 중국은 2군들에게 실전경험을 쌓게 한 뒤 2019 중국농구월드컵 본선에 총력전을 펼쳐 2020 도쿄올림픽에 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중국대표팀 멤버는 가히 역대최약체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을 정도. 다만 평균신장은 여전히 196cm로 높아 방심은 금물이다. NBA에 지명된 왕저린(23·212cm)은 차세대 센터로 각광받았던 선수. 아마추어시절부터 이종현과 라이벌관계를 형성했다. 하지만 발전이 더딘 왕저린은 2015년을 기점으로 저우치에게 밀렸다. 저우치는 현재 NBA 휴스턴 로케츠에서 뛰고 있다.
왕저린은 2016 리우올림픽에서 중국대표팀 센터로 뛰었다. 이젠롄과 저우치에 이은 세 번째 센터였지만, 그의 높이는 여전히 위력적이다. 왕저린은 미국전에서 드마커스 커즌스를 상대로 골밑슛을 넣는 등 높이는 세계적이다. 다만 순발력이 느리다. 김종규와 이종현으로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다.
중국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는 딩얀유항이다. 신장이 2미터로 좋은데다 슈팅가드를 볼 정도로 빠르다. 운동능력은 가히 탈동양인이다. 중국프로농구 MVP출신인 딩얀유항은 지난 여름 NBA 서머리그에 도전할 만큼 배우려는 의지도 강하다. 서머리그에서 딩얀유항은 댈러스 매버릭스 소속으로 정확한 외곽슛, 흑인 앞에서도 덩크슛을 터트리는 호기와 탄력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대표팀에서 가드로 뛰는 최준용은 딩얀유항과 좋은 승부를 펼칠 전망이다. 한국이 높이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지역방어를 설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 때 슈터 지렐리지앙은 조심해야 할 선수다. 그는 홍콩전에서 3점슛 5개를 터트리며 17점을 넣었다.
뉴질랜드를 격파한 한국은 홈에서 2연승을 달릴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첫 안방 A매치에 많은 홈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온다면 분위기도 우리 쪽이다. 다만 한국이 장시간 비행으로 더 피곤한 상태라는 점은 불리한 요소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왕저린(위), 딩얀유항(아래) /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