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호 PD의 신작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하 감빵생활)은 교도소에 사는 교도관과 죄수들을 중심으로 ‘정의는 반드시 살아있다’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첫 주 방송에서부터 막힘없이 휘몰아치는 빠른 전개로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 것임을 예고했다.
22일과 23일 방송된 ‘감빵생활’의 1~2회에서는 슈퍼스타 야구선수 김제혁(박해수 분)이 강간을 당할 뻔한 여동생을 구하려다 범인을 뇌사상태에 빠지게 했다는 이유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1년 판결이 내려진 내용이 그려졌다. 강간하려던 피의자를 제압하려던 건 정당방위인 줄 알았지만 트로피로 폭행했다는 점을 문제 삼아 과잉방위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로 인해 촉망받던 투수는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돼 살인범, 사기범들과 교도소에서 살게 됐다. 법이 친동생의 강간 피해를 구조하려던 제혁을 ‘전과자’로 만들었을 뿐이며, 피해자인 동생 제희와 엄마에게는 가슴 아픈 상처와 연민을 만들었을 뿐이다.
‘감빵생활’은 이 같은 결과주의적 패러다임에 입각한 형사사법체계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판사와 검사 등의 사법체제로 넘어가 다수의 피해자들만 양산해내는 현재의 사법 시스템 안에서 다루지 못했던 당사자 사이의 화해와 용서,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인격적 존중과 회복에 대한 이상을 그리고 있다.
새삼스럽지만 우리 사회에서 정의라는 키워드는 뜨겁다. 지난해 밝혀진 박 前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사건으로 인해 한참 동안이나 잊고 있던 정의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그동안 얼마나 소홀했었는지 보여주는 반증이다.
물론 ‘감빵생활’이 시청자들에게 대단한 진리를 전파하는 것은 아니다. 무릎을 탁 칠 정도로 현명한 교훈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정의에 대해 명확히 정리내릴 수 있는 해답을 얻길 바란다면 어쩌면 실망할 공산도 크다.
이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우정과 가족, 연인에 대한 사랑을 기저에 깔고 현 시대 대한민국에서의 정의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는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냈다. 단순히 정의 구현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보다 극한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심리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시청자 스스로 더 소중한 것을 찾아가게 만든다./purplish@osen.co.kr
[사진] '슬기로운 감빵생활'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