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울었던 2017년의 충무로, 올해를 빛낸 최고의 영화는 과연 어떤 작품일까.
오늘(25일) 열리는 제38회 청룡영화상에서는 '남한산성'(황동혁 감독), '더 킹'(한재림 감독), '박열'(이준익 감독),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 변성현 감독)', '택시운전사'(장훈 감독), 총 5편의 작품이 2017년 한국영화 최고의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합을 펼친다.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은 '남한산성'과 '박열', '택시운전사'의 3파전이 유력하다. 앞서 진행된 제26회 부일영화상 시상식에서는 '택시운전사'가 작품상을 수상했고, 제1회 더 서울어워즈에서는 '박열'이 최우수작품상 격인 영화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제37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는 '남한산성'이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관객의 사랑을 받은 세 작품이 나란히 최우수작품상을 하나씩 나눠 가진 가운데, 과연 이날 진행되는 청룡영화상의 선택은 어떤 작품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남한산성'은 출간 이래 7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김훈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려 있던 가장 치열한 47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희순, 조우진 등이 총출동해 384만 명의 관객을 만났다. 흥행 성적은 다소 아쉽지만, 사극의 역사를 경신했다는 평가를 받는 웰메이드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탄탄한 스토리와 스크린을 압도하는 최고의 연기로 평론가들의 선택을 받은 만큼 '남한산성'의 수상에 쏠리는 무게는 남다르다.
'박열' 역시 수상을 기대해봄직하다. ‘박열’은 1923년 도쿄, 6천 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의 불량 청년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가네코 후미코의 실화를 그린 이야기. ‘동주’, ‘사도’,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박열’은 가장 어두웠던 시간을 가장 뜨겁게 살아낸 어느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특히 올해 최고의 신인이라 불릴만한 최희서를 비롯해 김준한, 김인우 등의 걸출한 배우들의 이름과 얼굴을 알렸다.
‘택시운전사’ 역시 수상이 유력한 후보다.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 운전사가 아무 것도 모른채 독일 기자를 태우고 광주에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린 ‘택시운전사’는 여름 극장가를 화려하게 장식하며 올해 처음으로 천만 돌파의 주인공이 됐다. ‘택시운전사’는 참혹했던 5월 광주의 그날과, 역사의 소용돌이 속 가장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하고도 용감한 선택을 따뜻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려내며 1200만 관객들의 지지를 받았다. 작품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올해 1200만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작품인 만큼, ‘택시운전사’는 청룡이 선택한 최고의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변의 가능성도 충분하다. 앞선 시상식의 결과로 ‘남한산성’, ‘박열’, ‘택시운전사’의 3파전이 관심을 집중시키는 가운데, ‘불한당’과 ‘더 킹’이 청룡영화상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특히 칸도 매료시킨 ‘불한당’의 약진이 기대되는 상황.
‘불한당’은 범죄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재호와 세상 무서운 것 없이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의 의리와 배신을 그린 작품. 지난 5월 제70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돼 7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독보적으로 스타일리시한 느와르의 탄생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개봉 당시 변성현 감독의 SNS 논란으로 관객들의 외면을 받으며 극장 관객수는 93만 명에 그친 비운의 수작.
그러나 체감 인기만은 뜨거웠다. 이른바 ‘불한당원’을 자처한 관객들은 대관까지 하며 오랜 시간 ‘불한당’을 극장에서 만났다. 또한 설경구는 재호 역으로 ‘지천명 아이돌’이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새로운 전성기를 열었고, 임시완은 액션 느와르까지 완벽 소화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20대 배우로서 최고 정점의 자리에 섰다. 게다가 ‘불한당’은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설경구), 남녀조연상(김희원, 전혜진)부터 편집상까지 총 9개 부문에 이름을 올린 올해 청룡영화상 최다 부문 노미네이트 후보다. ‘불한당’의 수상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더 킹’의 수상도 조심스럽게 점쳐볼 만하다. 설 연휴 극장가에 개봉한 ‘더 킹’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 나게 살고 싶었던 한 남자가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를 만나 세상의 왕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정우성, 조인성 등 대한민국 여심을 평정한 두 남자를 필두로 류준열, 배성우, 김의성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531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에도 성공한 ‘더 킹’이 과연 쟁쟁한 경쟁작들을 물리치고 최우수작품상의 영예를 안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과연 올해 청룡의 선택은 어떤 작품일까. 결과는 오늘(25일) 진행되는 청룡영화상을 통해 베일을 벗는다. /mari@osen.co.kr
[사진] 각 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