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SNS 낭비가 아니라 신념이다. 물론 여전히 거센 비난 여론이 존재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국내 연예계에서 전무후무한 '할 말 다하는' 톱스타란 사실이다. 배우 유아인 얘기다.
유아인이 지난 24일 SNS 사용자들과 간밤 설전을 벌이는 일이 일어났다. 한 시간 가량 10개가 넘는 글을 남기며 일부 누리꾼들과 격한 대립을 벌인 것.
유아인을 '한국 여성들을 혐오하는 한국 남성'으로 몰아붙이는 일부 누리꾼에 유아인은 "좋은 방법 하나 알려줄게. 내가 보기 싫으면 안보면 돼. 언팔하면 되고, 검색창에 굳이 애써서 내 이름 안 치면 돼"라는 글을 보냈다. 그는 자신에게 욕설을 쓴 이용자에게 똑같이 응하는 파격적인 면모도 보였다.
발단은 애호박이었다. 앞서 한 누리꾼이 "유아인은 그냥 한 20미터 정도 떨어져서 보기엔 좋은 사람일 것 같다. 친구로 지내라면 조금 힘들 것 같음. 막 냉장고 열다가도 채소 칸에 뭐 애호박 하나 덜렁 들어있으면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나한테 ‘혼자라는 건 뭘까?’하고 코 찡끗할 것 같음"이라는 글을 적었다.
이에 유아인이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코 찡끗)”이라고 답글을 남겼고, 이를 두로 갑자기 여러 누리꾼들이 유아인을 저격하는 글을 남긴 것. 유아인으로서는 재치있게 웃자고 받아친 말이었는데, 일부 누리꾼에게는 불편하게' 다가갔던 것이다.
이에 유아인은 "애호박 드립에 애호박 드립으로 성별 모를 영어 아이디님께 농담 한 마디 건냈다가 마이너리티리포터에게 걸려 여혐 한남-잠재적 범죄자가 되었다. 그렇다. 이곳에 다시 나타나는 게 아니었다. 애호박-현피로 이어지는 발상의 전환이 참으로 아름답고 자유로운 이 세계”라며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유아인은 또 "나는 내가 예쁘게 놀 수 있고 제대로 자기 힘을 내게 사용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랑 놀게. 너네 그냥 너네끼리 놀아"라며 "왜 굳이 스스로 불편을 찾아내는 거야? 불편이, 그것으로 세상에 뱉는 몇마디로 너희의 존재감을 가져가지 마. '존재'를 가지도록 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내가 너희를 소비자가 아니고, 관객이 아니고, 악플러도 아니고, 잉여도 아니고 하나의 '인격'으로 존중하는 방식"이라며 "'무시'가 아니라 '장사'가 아니라! 감사를 할어. 내가 너희에게 '감사'하는 것처럼. 그래야 가질 수 있단다. PEACE!"라고 특유의 다소 난해해보이는 문장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우리가 여성인데 여성 인권에 힘써야지 남성 인권에 힘쓰냐, 정의구현한척"이라는 글에는 "그럼 남성들은 남성이니까 남성 인권에만 힘쓰라는 것이냐"며 "타인의 이해와 존중을 원한다면, 개인에 매몰되지 말고 타인을 존중하며 함께하라"라고 반박했다.
이 외에도 그는 "나의 전투력이란. 일당백 아니고 백명에게 집단구타를 당하면서도 살아남는 나의 정신력이란! 너희가 나를 훈련시켰구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50분 동안 이곳에서 내가 한 일의 가치를 부디 알아주시길! 그럼 이만 불금!"이라며 자신을 비난하는 누리꾼들에 일침을 날렸다.
이런 유아인을 우려하는 한 팬이 "트집잡는 사람들에게 괜한 감정소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하자 유아인은 "감정소모가 아니라 감정 사용"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도.
유아인이 매번 공격적인 말만 쓰는 것은 아니다. 앞서 23일 수능일에는 "수능이라 불리는 '인간 등급매기기 평가시험'을 일단 잘 보고 오라"고 수험생들에게 응원을 남겼다. 그는 "여러분이 수능에서 몇 등급을 받든 그래서 어느 대학에 가서 어떻게 재단되고 어떤 자격증을 따고 사회에서 어느 자리를 차지하든 당신들 모두가 이미 다 소중하고 언제까지 아름다울 것"이라는 뭉클한 말을 전하기도 했다.
유명 연예인으로서 다소 격렬한 일련의 SNS 발언은 지나친 행동이란 의견과 이제는 일관된 그의 신념어린 글에 응원을 보낸다는 반응이 공존한다. 어쨌거나 유아인은 유아인이다. /ny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