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혐의가 유죄로 판결난 이성민(27)이 즉각 항소를 결정했다. 여전히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2심에서 재판부의 생각을 바꿀 결정적인 단서를 제시할지 주목된다.
의정부지방법원 제5형사단독은 24일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성민에게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판결을 내렸다. 이에 앞서 검찰은 이성민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는데, 재판부는 변호인 측의 주장을 물리치고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유죄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이성민은 곧바로 항소를 결정했다. 죄가 없다고 주장 중이다.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이성민은 NC 다이노스 소속이던 2014년 7월 4일 마산 LG전 선발 등판해 승부조작을 시도했다. 브로커이자 친분이 있는 김 모씨와 결탁, 1회 볼넷을 던지는 대가로 300만 원을 받은 혐의다. 이 사실은 지난해 경찰 수사를 통해 알려졌고 이성민은 즉시 롯데의 전력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이성민은 당시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승부조작에 참여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쟁점은 브로커 김 모씨의 증언에 얼마나 신빙성이 있느냐다. 이성민 측은 “김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 정확히 얼마를 줬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있고, 검찰의 수사 내용도 이를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말 그대로 김 씨의 증언에만 의존해 구형과 선고가 내려졌다는 입장이다. 진술이 선고의 근거가 되기 위해서는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재판부도 24일 선고에서 김 씨의 주장이 다소 오락가락한 부분은 인정했다. 하지만 여러 정황을 봤을 때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김 씨가 진술을 하면 자신도 처벌을 받을 수 있을 환경에서 받을 심리적 문제, 그리고 2년 이상의 시간이 지난 흐름 자체를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이러한 것들이 신빙성 입증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모든 정황이 이성민의 승부조작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이성민과 브로커 김 모씨는 평소 금전거래가 있을 정도로 친분이 있는 사이로 알려졌다. 여기에 브로커 김 씨가 입을 연 것도 신뢰가 된다고 본다. 김 씨도 이 사실을 이야기할 경우 처벌을 면하기 어려운 신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무릅쓰고 진술을 했다. 재판부도 “허위진술을 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 외 김 씨가 돈을 인출한 장소와 시간이 해당 경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계좌 개설 시기 등 여러 가지 정황도 이성민의 승부조작을 뒷받침한다고 보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초범이기는 하지만 죄질이 나쁘고, 혐의를 끝까지 부인하고 있는 것 또한 재판부는 좌시하지 않았다.
관심은 이성민이 왜 곧장 항소를 결정했는지다. 일단 법정 구속은 면한 상황이다. 하지만 항소를 하면 끝까지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판부에 이미지만 나쁘게 흘러갈 수 있다. 여기에 2심에서 이 판결을 뒤집을 만한 충분한 물증을 제시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증거가 있다면 벌써 제출했어야 옳다. 진짜 억울한지, 혹은 시간을 끌어보려는 계산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1심 판결만 보고 결론을 단정할 필요는 없다.
결론적으로 브로커 김 씨의 진술이 허위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다만 이날 이성민과 김 씨를 비롯, 사설 베팅 사이트에서 도박을 하다 적발되는 등 다양한 혐의를 가진 총 8명의 피고인 중 이성민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은 모두 혐의를 인정한 상황이다. 이성민에게 좋은 여건은 아닐 수 있다. 혐의를 벗지 못할 경우 ‘영구제명’ 처분은 당연한 수순처럼 기다린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