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와 선수의 벽이 무너진다?
kt는 마무리 캠프 종료를 이틀 앞둔 23일 밤, 야간 훈련을 실시하지 않았다. 캠프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한 차례 휴식을 취한 걸 제외하면 처음이었다. 하지만 선수단은 포지션별로 호텔 곳곳에서 미팅을 가졌다. 포수조와 투수조, 내야수조, 외야수조로 나뉘어 해당 파트 코치들과 함께 토론의 장을 펼쳤다.
투수조는 식당에 모여 영상 분석 시간을 가졌다. 캠프 초반의 투구 영상과 현재의 모습을 돌려봤다. 여기까지는 흔히 있는 분석 시간이다. 하지만 이 영상을 보고 코멘트를 남기는 건 코치가 아닌 선수들이었다. 이날 비교 영상을 돌려본 정성곤은 "확실히 내가 생각한 폼과 다른 것 같다"라며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이를 들은 가득염 코치는 "그래도 시즌 때보다 좋아졌다"며 선수단을 독려했다.
투수조만의 풍경은 아니다. 강성우 배터리코치는 "포수들은 하루 종일 붙어있다. 가장 먼저 훈련장에 나와 마지막까지 5명 모두 열외하지 않았다. 분위기 흐리는 행동 없이 잘 마쳐줘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를 건네들은 이해창은 "코치님 덕에 많이 배운 캠프였다"고 화답했다.
이런 모습은 훈련장에서도 이어졌다. 불펜 피칭을 마친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먼저 코치진을 찾았다. '폼이 어떻냐'는 질문에 코치진은 먼저 '네 생각은 어떠냐'고 되묻는다. 적극적인 토론의 장이 펼쳐지는 것이다. 김진욱 감독은 "젊은 선수들은 본인의 매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폼을 지적하면 '내 폼이 정말 그런가?'라고 되묻기 십상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아닌 의견 교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류택현 투수코치는 한 가지 의미있는 말을 남겼다. "요즘 선수들 마인드는 소비자에 빗댈 수 있다. 시장에 갔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물건이 있다? 굳이 살 필요가 없다. 선수들도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는 시대다. 공부하지 않거나 지시하지 않는 코치는 경쟁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숭용 타격코치 역시 "이제 강조와 주입의 시대는 끝났다. 대신 소통이 필요한 시대다. 사회가 그런데 야구라고 다르지 않다"며 "특히 기본기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본인 스스로의 이해가 먼저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진욱 감독은 "올 시즌 앞두고 선수들에게 질책이나 비난 대신 격려를 택했다. 훈련도 자율로 맡겼다. 그러나 신뢰가 쌓이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들이 부담스러워 할 거라는 사실을 간과했다"라며 "시즌 치르는 기간부터 마무리 캠프까지 신뢰를 쌓아 만족한다"고 미소지었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