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풀릴까’ 양현종 협상, 타 구단은 희망고문?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1.26 06: 00

그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희망고문일까. 아니면 ‘철수행’ 버스를 탄 구단도 허겁지겁 다시 돌아오는 시장이 열릴까. KIA와 양현종(29)의 협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이런 저런 추측들이 나온다. 물론 전자의 가능성이 훨씬 높기는 하지만, 후자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경우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KIA와 양현종은 이달 말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을 차릴 예정이다. KIA는 이미 양현종에게 조건을 제시한 뒤 답을 기다리고 있다. 무리하게 밀어붙이지 않는다는 계획으로, 이달 말 정도가 되면 답변이 돌아올 것이라 예상 중이다. 올 시즌 20승에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끈 주역인 만큼 실적 자체야 두말 하면 잔소리다. 초대형 계약이 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양현종의 신분이 특수해서 생긴 일이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양현종은 KIA와 1년 계약을 했다. 계약금 7억5000만 원에 연봉 15억 원 등 총 22억5000만 원의 계약이었다. 당시 양현종은 해외 진출을 놓고 고민하던 상황이었고, KIA는 FA 최형우와 나지완에 많은 돈을 써 여력이 많지 않았다. 양현종이 한발자국 물러서 친정팀을 배려했다고 볼 수 있다.

대신 1년 뒤 해외 진출을 하거나, 타 구단 이적의 생각을 굳힐 경우 KIA가 조건 없이 방출해주는 식의 타협안이 있었다. 또 FA 자격을 다시 취득하려면 4년을 뛰어야 하기 때문에 올해부터는 매년 연봉 협상을 해야 한다. 남은 3년을 모두 커버하는 합의가 될 수도 있다. 야구계에서는 “KIA가 이미 엄청난 금액을 제시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원칙적으로는 계약금을 받을 수 없어 이대호(롯데)가 가지고 있는 최고 연봉(25억 원) 경신이 유력하다.
하지만 아직은 양현종이 확실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몇몇 구단들도 어리둥절하며 양현종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물론 “시장에 나올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일단 공식적으로 방출 절차를 밟고 시장에 나와야 진행될 수 있다”는 게 전반적인 태도다.
KIA의 제시액이 그렇게 섭섭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다, 양현종은 KIA에 엄청난 충성심을 가지고 있는 선수로 유명하다. 한국시리즈 우승 후에도 “KIA에 남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 아예 선언 수준이었다. 타 구단도 양현종의 평소 성품을 고려했을 때 이 같은 발언이 진심이라고 보고 있다. 진통은 있을 수 있어도 테이블이 엎어지지는 않을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여기에 양현종이 공식적인 FA 신분도 아니고, 보류선수에 묶일 예정이라 방출 전 다른 구단이 접촉하면 명백한 규정 위반이 된다. 워낙 대어인 만큼 주위에서 보는 눈이 많다. 신중하게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분명 KIA가 유리하게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위치다.
하지만 희박한 가능성을 살피는 시선도 분명히 있다. 워낙 매력적인 매물이기 때문이다. 당분간 양현종만한 투수 FA는 풀리지 않는다. 즉시전력감이고, 전성기에 있을 나이다. 여기에 방출된다면 보상금과 보상선수를 내줄 필요도 없다는 점은 엄청난 메리트로 뽑힌다. 이상징후가 불거지면 시장이 혼탁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설마 풀릴까”의 수준에서 끝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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