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찬 60분”..‘언터처블’, 시간순삭+진공청소기 드라마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7.11.26 07: 49

강력한 흡입력으로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시간을 단숨에 빨아들였다.
‘언터처블’의 2회는 진구가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아내 경수진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형 김성균에게 접근하며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는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블록버스터 영화를 방불케 하는 스펙타클과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 탄탄한 대본과 촘촘한 연출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지난 25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언터처블’(연출 조남국, 극본 최진원) 2회는 정계를 꽉 쥐고 있던 북천의 군왕 장범호(박근형 분)의 장례식으로 시작해 아들 준서(진구 분)와 기서(김성균 분)가 서로 쫓고 쫓기는 치열한 물밑 전쟁을 치루는 과정이 긴장감 넘치게 전개되었다.

범호는 죽기 직전, 눈앞에 있는 형 기서를 보고 “기서 넌”이라며 고개를 흔들고, 동생 준서는 범호가 죽은 뒤 병원에 도착한다. 기서는 준서에게 아버지가 남긴 이야기는 없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범호의 비서나 마찬가지였던 용학수(신정근 분)는 준서에게 “아버님은 당신, 장준서를 택했어요”라고 전한다.
어린시절 북천을 떠난 준서는 다시 북천에 올 일이 없기를 바라며 서울로 돌아와 갑자기 죽은 아내 정민주(경수진 분)가 사실은 민주가 아니라는 사실과,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한 사실에 의혹을 품고 사건을 파헤친다. 동료 형사의 도움으로 아내가 머물던 다른 거처에 그동안 자신을 감시하며 녹음해둔 파일과 영상을 발견하고 충격에 휩싸인다. 응당 미워야 하지만 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큰 아내의 죽음에 다가가며, 준서는 그 길의 끝에서 형 기서를 감지한다.
준서는 민주의 차를 친 트럭운전사 조택상(김지훈 분)과 만나 우연히 그를 쫓고 있던 북천서의 고수창 형사(박원상 분)를 만나 민주가 3년 전 의문의 죽음을 당한 윤동필 형사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민주가 아닌 윤정혜였던 아내와 친분이 있던 서이라 검사(정은지 분)를 찾아 SNS에서 민주의 흔적을 찾는다. 준서는 트럭운전수가 북천시로 들어간 뒤 흔적이 사라졌다는 점과, 트럭운전수를 불구속 처리해 풀어준 검사가 자신의 형 기서와 동창이라는 점 등에서 형이 배후에 있다고 확신하게 된다. 심지어 기서가 통화를 하며 “그 여자 몸뚱아리에 인두질을 하고 말거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민주의 몸에 ‘죽을 사(死)’가 새겨져 있던 것을 떠올리며 충격에 휩싸인다.
준서가 충격 속에 북천은 물론이고 정재계를 좌지우지하는 자신의 가족의 힘을 파헤쳐가지만, 기서는 준서에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다. 형과 범인을 풀어준 검사와의 관계를 묻자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게 뭔지 알아? 니가 날 미워하는 거야. 미운 짓 안한다. 절대로”라고 애절한 눈빛으로 말하는가 하면, 또 다시 검사와 함께 있는 형을 발견하고 형사로서 따져 묻자 “모든 사건이 장씨 집안과 연결이 된다?”라고 되물으며 “북천 땅에 인간들은 다 우리 때문에 사는 거고 우리 때문에 죽은 거야. 그 여자가 우리 때문에 죽었다면 우리 장씨 집안 때문에 죽은 거야. 대답이 됐습니까? 장준서 형사님”이라고 윽박을 지르며 묘한 논리로 빠져 나간다.
기서는 상중에도 북천시 실세들 앞에서 아버지의 후계자로서 자신의 위치를 고수하기 위해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한 바 있다. 기서의 장인이자 전직 대통령인 구용찬(최정원 분)은 범호를 희생양으로 삼고자 했던 일본 마츠모토 상선의 비리혐의 사건을 기서에게 감옥에 다녀오라고 종용한다. 기서는 아버지가 지은 죄지만 자신이 마땅히 받아야 한다며 “또! 아버지가 베푼 은혜는! 내가반드시 돌려 받아야할 은혜인 거야”라고 강조한다. 기서는 자신에게 감옥에 다녀오라는 이들에게 “여러분들! 배은망덕하지 마세요. 하늘에서 천벌이 내립니다. 길가다가 갑자기! 콰과광! 번개에 머리통을 맞아 죽을 수도 있어요. 그 때! 그 빌어먹을 번개에 맞아죽기 전에! 심장이 갈기갈기 찢겨서 숨통이 멎기 바로 직전에! 잠깐. 아주 잠깐 의심을 한번 해보세요. 혹시 장성주 장범호 장기서가 내린 벌은 아닐까?”라고 경고하며 잔혹한 카리스마를 드러낸다. 하지만, 기서가 북천시 어둠의 배후에 있다는 것은 물증은 없으나 심증이 가득한 상황. 마츠모토 상선의 명예회장이 자살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용찬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고, 북천 경찰서 정윤미 서장(진경 분)이 윤동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자 파 놓은 함정도 실패했다.
이날 2회에는 북천시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 미스터리를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이 손에 땀을 쥐게했다. 용찬의 딸이며 기서의 아내인 구자경(고준희 분)과 준서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흘러 과거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고,정윤미 서장의 딸이기도 한 서이라 검사가 앞으로 준서와 어떻게 이어질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언터처블’은 1회에 이어 2회에서도 형제간의 엇갈린 운명, 장씨 일가의 범죄, 정재계의 사건 등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힌 탄탄한 스토리 전개로 시청자들에게 쉴 틈을 주지 않았다. 가상의 도시이지만 스펙타클한 북천시와 장씨의 집을 구현한 디테일한 연출 또한 영화 못지 않은 완성도를 가져오며 ‘진공청소기’ 급 흡입력을 보여줬다. 여기에 애절하면서도 단호한 눈빛의 진구, 여린 면모를 숨기고 잔혹성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스펙트럼 넓은 캐릭터를 실감나게 표현한 김성균, 냉소적이지만 사연을 간직한 듯 보이는 고준희, 허술해 보며 상큼한 웃음을 선사하면서도 강력한 한 방을 숨기고 있을 듯한 검사를 물 흐르듯 연기한 정은지 등 배우들의 연기력이 중요한 힘을 보여줬다. 3회 예고에는 준서가 물 속에 잠기는 장면이 등장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kangsj@osen.co.kr
[사진] JTBC ‘언터처블’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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