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외국인 선수들의 보류권을 포기했다.
두산은 26일 "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 닉 에반스을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발표했다. 타 구단과 계약이 가능하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처지는 다르다. 일단 두산은 "니퍼트와는 꾸준히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보우덴과 에반스는 여러가지 팀 상황을 고려해 다른 선수로 교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니퍼트는 지난 2011년 두산 유니폼을 입어 꾸준히 '효자 외인'으로 활약해왔다. KBO리그 첫 해 29경기에 나와 15승 6패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한 니퍼트는 부상 악재가 닥친 2015년(6승 5패)를 제외하고 꾸준히 두자릿수 승리를 거둬왔다. 올 시즌 역시 30경기에서 14승 8패 평균자책점 4.06으로 제 몫을 했다. 니퍼트가 KBO리그 7년 동안 거둔 승수는 94승. 역대 외국인 선수 최다 승리다. 내년 시즌을 뛰면 역대 외국인 선수 최장수 기록까지 세울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연봉이 발목을 잡았다.
니퍼트의 올 시즌 연봉은 210만 달러. KBO리그 규약에 따르면 "구단은 계약연도 11월 25일(단, 포스트시즌 경기 중일 때는 한국시리즈 종료 익일)까지 재계약 의사를 서면으로 선수와 그의 지정된 대리인에게 통지해야 하며, 계약서에 명기된 것처럼 선수의 해당 연도 계약 보너스와 연봉을 합친 금액의 최소 75% 이상을 지급하겠다는 서면상의 제의를 포함하여야 한다"고 돼있다. 즉, 두산이 니퍼트에게 재계약 의사를 전할 경우 올 시즌 연봉 210만 달러의 75%인 157.5만 달러를 최소한으로 보장해줘야 한다.
올 시즌 니퍼트는 14승이라는 성적을 거뒀지만, 30대 후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구위 저하가 눈에 띄었다. 특히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3경기 16⅔이닝 16실점(15자책)으로 부진하며, 내년 시즌에 대한 물음표를 남겼다. 재계약을 위해서라면 연봉 삭감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두산과 니퍼트 사이의 연봉 제시액 차이가 있었고, 결국 시장 평가 뒤 다시 협상 테이블을 차리기로 결정했다.
반면 보우덴과 에반스는 두산을 떠나게 됐다. 올해로 KBO리그 2년 차인 보우덴은 지난해 18승 7패 평균자책점 3.80으로 니퍼트와 함께 '외인 원투 펀치'로 활약했다. 그러나 올 시즌 어깨 부상으로 17경기 87⅓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고, 투구 내용마저 좋지 않았다. 포스트시즌에서 반등을 노렸지만, NC와의 플레이오프에서 3이닝 3실점, KIA와의 한국시리즈에서 4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다. 결국 두산은 대체 외인을 알아보기로 결정했다.
보우덴과 마찬가지로 올해로 KBO리그 2년 차를 맞은 에반스도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118경기 타율 3할8리 24홈런을 기록한 그는 올 시즌 역시 138경기에서 타율 2할9푼6리, 27홈런, 90타점으로 활약했다. 평균 정도는 해주는 만큼, 두산으로서도 재계약을 고심했다. 그러나 오재일이 1루수로 완벽하게 자리를 잡으면서 에반스의 수비 포지션이 애매해졌다. 지명타자로 밖에 쓸 수 없는 입장인 만큼, 두산은 아쉬움 속 교체를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넓은 잠실구장에서 27개의 홈런을 치며 장타력만큼은 인정받은 만큼, 다른 구단에서 영입을 검토할 수 있는 카드기도 하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