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자이언츠의 손아섭’이다. 손아섭(29)은 메이저리그 도전이라는 다시 이루기 힘든 꿈을 접고, 고향 팀에 남았다. 이제 손아섭은 ‘구도’ 부산의 전설로 향하는 '로열로드'를 걸을 수 있게 됐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손아섭은 지난 26일, 롯데와 4년 총액 98억 원의 계약을 맺었다. 이로써 손아섭은 롯데 유니폼을 입고 다시 부산 사직구장의 그라운드에 설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메이저리그 도전이라는 개인적인 꿈을 두고 고민했던 손아섭이다. 꿈에 대한 열망은 지난 2015시즌 이후 한 차례 확인된 바 있다.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 자격을 얻으면서 구단의 도움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지만 ‘무응찰’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다만, FA 자격을 얻은 올해에도 두 차례나 메이저리그 신분조회 요청을 받으며 메이저리그 역시 손아섭의 미국 도전에 관심을 두는 듯 했다.
그러나 손아섭은 꿈을 향한 도전 기회를 뒤로한 채 롯데의 우승을 위해 잔류를 선택했다. 손아섭은 계약 직후 “롯데에서 이루지 못한 꿈들이 더 많다. 개인적인 꿈보다는 롯데 팀원들과 팬 분들과 함께 더 큰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손아섭이 말한 더 큰 꿈이 바로 우승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양정초-개성중-부산고 그리고 고향 팀 롯데까지, 평생을 함께해 온 터전을 떠날 수 없었다. 그는 “부산에서 태어났고 저라는 선수가 있기까지 함께했던 팀이 롯데다. 떠난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고 강조했다.
손아섭의 선택은 결국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꿈을 좇은 것이다. 이제 손아섭은 ‘프랜차이즈 스타’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생겼다. 팀의 전설, 그리고 ‘구도’ 부산의 전설로 향하는 길을 걷는 것. 팀의 각종 기록 순위표에서 맨 위로 올라설 기회를 잡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손아섭은 통산 타율 0.3246으로 KBO 통산 타율(3000타수 이상) 부문에서 김태균(0.3251)과 2위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현재 손아섭은 김태균에 5모 차이로 근소하게 뒤져 있는 셈. 하지만 같은 기준으로 3000타수 이상 소화한 롯데 선수들 가운데서 순위를 매길 경우 손아섭은 단연 1위다. 아울러 득점(774득점)은 이미 프랜차이즈 최다에 해당한다.
또한 손아섭은 현재 통산 1381안타를 때려내면서 구단 최다 안타 부문 3위에 올라 있다. 2위는 동료인 이대호의 1423안타이고, 프랜차이즈 기록은 김응국의 1452안타다. 최다 출장 기록 역시 이대호와 나란히 함께할 전망. 현재 삼성으로 떠난 강민호가 세운 롯데 프랜차이즈 최다 출장 기록인 1495경기도 깨뜨릴 수 있다. 이대호가 현재 1292경기, 손아섭은 현재 1141경기를 롯데 소속으로 소화했다. 우선 이대호가 구단 프랜차이즈 기록 경신에 좀 더 다가선 상황이지만, 이대호와 손아섭의 나이, 앞으로 진행될 시즌들을 비교한다면 손아섭이 구단 최다 안타와 최다 출장 기록의 주인공으로 올라서는 것도 상상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여기에 강민호의 최다 2루타 기록 247개는 경신 초읽기에 들어갔다. 현재 2루타 234개로 강민호와 불과 13개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풀타임 시즌이던 2010년부터 매년 23개 이상 씩을 때려왔고, 최근 2년 간 각각 33개, 35개를 기록했기에 내년 시즌에는 충분히 경신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거포 유형이 아닌 손아섭이기에 홈런, 타점, 루타 등의 기록에서는 이대호에 못 미칠 전망. 앞으로도 이대호와 프랜차이즈 기록을 양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울러 도루, 3루타 등 손아섭이 경신하기에 다소 힘든 기록들도 있다. 그러나 손아섭은 프랜차이즈 부산 야구, 그리고 롯데의 전설로 남을 만한, 그에 걸 맞는 기록들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고, 그 기회를 계속 이어가게 됐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