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농구의 가장 무서운 저력은 깊은 선수층이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26일 고양체육관에서 개최된 ‘2019 중국농구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2차전에서 중국에게 81-92로 패했다. 한국은 1승 1패가 됐다.
선수층에서 승부가 갈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경기였다. 2019 중국농구월드컵 자동진출권을 가진 중국은 최근 어린 선수들을 정책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2015 창사 아시아선수권 우승주역으로 대회 베스트5에 선정됐던 이젠롄, 궈아이룬, 저우치가 한국원정에 모두 빠졌다. 저우치는 NBA 휴스턴 로케츠 소속으로 올 수 없었다.
어린 선수들로 구성됐다고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중국이었다. 만 21세에 불과한 187cm의 단신 쑨밍후이는 화려한 개인기로 한국의 지역방어를 완벽하게 깼다. 쑨밍후이는 전반에만 덩크 등으로 17점을 뽑아내며 총 21득점, 폭발적인 득점력을 자랑했다.
중국프로농구 MVP 출신으로 NBA 서머리그까지 경험한 딩옌유항은 한 차원 수준이 더 높았다. 2m에 개인기도 좋은데다 외곽슛까지 정확했다. 그를 상대로 지역방어를 서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허재 감독이 그를 간과하며 너무 오랫동안 지역방어를 섰던 것이 결정적 패착이었다. 딩옌유항은 3점슛 4개 포함, 30점을 폭발시켰다.
반면 한국은 한 명의 장신선수가 아쉬웠다. 9점, 3리바운드를 해주던 기둥 김종규가 2쿼터 무릎부상을 당한 것이 치명타였다. 김종규를 대신할 선수가 없었다. 설상가상 오세근이 파울트러블로 3쿼터에 거의 뛰지 못하면서 골밑 열세가 두드러졌다.
김종규 대신 이종현이 투입됐지만 실수가 많았다. 노련한 이승현이 거들었지만, 선천적인 신장의 차이에서 오는 중국의 공격리바운드 장악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선수층이 얕은 한국은 장신 한 명이 다쳤을 때 대체선수가 부족했다. 높이에서 밀린 한국은 리바운드서 29-39로 뒤졌다.
경기 후 허재 감독은 “중국이 (월드컵) 티켓을 따놓은 상황에서 어린 선수들이 나왔다. 중국은 워낙 선수층이 두껍다. 장신이 많다. 어리다고 슛이 나쁘지도 않다. 다들 실력이 있는 선수들이 나와 고전했다. 양희종 말처럼 내외곽 수비가 안 되니 무기력하게 무너져 아쉬웠다”며 상대의 실력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원래 부상이 있었던 김종규는 또 다시 무릎을 다쳤다. 당장 28일부터 KBL 일정이 재개되지만 김종규가 LG에서 바로 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종규는 27일 정밀검진을 받을 예정. 대표팀에서 나온 부상자 소식에 허재 감독도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허 감독은 “김종규가 부상을 당했다. 웬만하면 쉰다는 이야기를 안 하는 선수다. 부상이 있다 보니 오늘 어렵겠다 싶었다. 이후 투입하지 않았다.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란다”고 걱정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고양=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