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아, 그 정도만 유지하면서 웨이트를 하면 돼”
염경엽 SK 단장은 점심식사 도중 한 선수에 시선이 갔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안쓰러운 시선이었다. 이재원(29)의 점심식사 식판을 본 뒤다. 염 단장은 “살이 어느 정도 빠졌으니 더 다이어트를 하지 않고 유지만 해도 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재원은 포기할 수 없다는 듯 일찌감치 식사를 끝내고 식당을 빠져 나갔다. 염 단장과 코칭스태프, 프런트들은 허탈한 웃음으로 격려를 대신했다.
SK의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체중’이다. 선수들이 내년 시즌을 앞두고 적정 체중을 찾으려는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다. 12월과 1월은 비활동기간이라 아무래도 마무리캠프와 같은 훈련량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쉬기도 해야 하기 때문에 체중 관리가 쉽지 않다. 때문에 지금 최대한 좋은 몸을 만들기 위해 선수들이 살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감량의 선두주자는 이재원과 최승준이다. 동기인 두 선수는 매일 체중계 앞에서 희비가 엇갈린다. “내가 더 많이 빠졌다”며 서로 자랑(?) 아닌 자랑을 하는데 경쟁 때문인지 감량에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두 선수 모두 10㎏ 가까이 감량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경완 배터리코치는 “이재원의 움직임이 확실히 가벼워졌다”고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최승준 스스로도 감량이 타격에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김태훈도 역시 살을 빼려는 선수. 올 시즌 초 체중이 줄었을 때 밸런스가 좋아져 좋은 성적을 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손혁 투수코치는 “내년 2월 캠프 합류 때 89㎏를 유지해 오면 상을 주겠다”고 공언했다. 김태훈은 어려운 목표라고 투덜대지만, 역시 이번 캠프에서 감량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다른 구단들과 마찬가지로 SK의 식단은 뷔페식이다. 잘 먹어야 강훈련도 소화할 수 있는 만큼 칼로리가 많은 음식이 즐비하다. 모자라면 더 먹어도 된다. 코칭스태프도 굳이 식단까지 신경 쓰지는 않는다. 하지만 앞선 세 선수는 “밥을 먹으러 가는 게 아니라 풀을 먹으러 간다”고 할 정도로 독하게 다이어트에 매진하고 있다.
반대로 살을 찌우려는 선수도 있다. 뼈만 앙상한 몸에 절로 근육이 붙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살이 있어야 웨이트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앞선 선수들이 물만 마셔도 찌는 체질이라면,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찌는 그 반대의 선수들도 있기 마련. 박성한이 대표적인 선수다. 올해 막 신인시즌을 보낸 박성한은 체구에 비해 엄청난 먹성으로 코칭스태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역시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는 셈이다.
그렇게 한 달 이상 살과의 전쟁을 벌인 선수들은 이제 오는 29일 귀국한다. 점점 선수들이 자기 관리를 능동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코칭스태프도 흐뭇해 하는 눈치다. 염경엽 단장은 “프로선수라면 체중관리는 기본이다. 지금도 중요하지만, 비시즌 때도 관리를 잘해 적정한 체중으로 플로리다에 합류했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걸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아래] 최승준의 점심 식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