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사랑하는 ‘이야기꾼’ 장항준 감독이 본업으로 돌아왔다. ‘천재 스토리텔러’의 9년 만의 스크린 복귀다. 장항준 감독은 강하늘과 김무열, 두 형제의 엇갈린 기억 속 감춰진 살인 사건의 진실을 찾는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 ‘기억의 밤’을 들고 9년 만에 관객들을 만난다.
특히 ‘기억의 밤’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스토리가 만들어내는 예측불허 반전과 형제가 된 강하늘, 김무열 콤비가 결 다른 연기로 완성해낸 완벽한 서스펜스로 언론배급시사회 이후 호평을 얻고 있다. 특히 ‘디테일 장인’이라 불리는 장항준 감독이 빚어낸 반전과 여운은 109분의 압도적인 몰입을 만들어냈다는 극찬을 받았다.
약 9년 만에 신작을 선보이게 된 장항준 감독은 “제가 원래 성격이 낙천적인 편이라 걱정을 안 한다. 걱정을 해서 좋아질 수 있다면 걱정을 할 텐데, 걱정을 해도 미래나 결과가 달라지는 건 아니니까”라고 웃으며 “최선을 다했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제 저희 아버지, 어머니가 80대시고, 저희 애가 초등학교 5학년이다. 특히 저희 딸은 극장에서 하는 아빠 영화를 처음으로 보게 됐다”며 “이 세 사람에게 영화를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것, 저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라고 말했다.
‘기억의 밤’의 출발은 약 3년 전, 친한 이들이 함께 한 송년회 자리였다. 가까운 지인들과 술 한 잔을 기울이던 장항준 감독은 함께 한 사람에게 ‘사촌 형이 집을 나갔다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억의 밤’의 흥미로운 시작을 떠올렸다.
“몇 명이 모인 송년회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사촌 형이 집을 나갔었는데 한 달 만에 왔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나니까 서먹서먹하고 사람이 이상해졌더라’는 얘기를 듣게 됐어요. 제가 그 얘기를 듣고 ‘다른 사람일 수도 있어’라고 하니까, ‘소름 돋는 소리 하지 마세요’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러다가 만약에 사촌 형이 아닌, 정말 다른 사람이라면 어떻게 될까, 라는 얘기를 술을 마시면서 계속 하게 됐어요.”
장항준 감독은 ‘집을 나갔다 돌아온 가족이 사실 내 가족이 아니다’라는 매력적인 도입부에 매료됐다. 이후로도 이야기의 아이디어는 장 감독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장 감독은 ‘무슨 얘기를 할지 명확해진다면 시나리오를 쓰자’고 결정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가족’으로 정해진 순간, ‘기억의 밤’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 달 정도 후반부 구상을 한 것 같아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고 결정했죠. 그러면서 ‘1997년도를 배경으로 하자’까지 왔어요. 1997년도는 IMF로 인해 전통적인 중산층 가족이 급격하게 해체되던 상실의 시대거든요. 가족의 이야기가 가치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흥미로운 소재에서 출발한 ‘기억의 밤’. 장항준 감독이 독특한 소재만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탄탄한 논리였다. 책을 빨리 쓰는 것으로 잘 알려진 장항준 감독이 시나리오 집필에만 1년을 매달릴 정도였다. ‘충분히 현실적인, 리얼리티 넘치는’ 추적 스릴러의 탄생을 위해 장항준 감독은 국과수는 물론, 정신분석학자 등 전문가들의 도움도 받았다.
“얘기를 대충 짠 다음에 정신분석학자 등 전문가 분들한테 보여주자고 했죠. ‘싸인’이라는 드라마를 하면서 국과수 분들도 알게 돼서 원주 국과수까지 가서 자문을 받았죠. 영화는 현실의 비약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 안 된다고 해도 아마 했겠지만(웃음), 제 시나리오를 보여드렸더니 ‘충분히 가능하다’고 하시더라고요.”
(Oh!커피 한 잔②에서 계속됩니다.)/mari@osen.co.kr
[사진] 메가박스㈜플러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