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감독의 신작 ‘기억의 밤’은 혼재된 기억 속, 살인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영화다. 심장을 조이는 스릴러의 외면을 벗겨내면, 가족의 서사라는 또 다른 내피가 있다. 숨조차 쉴 수 없이 폭풍처럼 몰아치는 스릴러 특급열차를 타고서 향하는 ‘기억의 밤’의 종착점은 뒤통수를 때리는 가슴 먹먹한 반전이다.
“우리는 모두 이어져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우리 모두는 보이지 않는 실로 이어져 연관되어 있죠. 같은 하늘 아래 숨 쉬는 동안만큼은 서로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는 걸 얘기해보고 싶었어요.
우리가 미국의 철없는 부자 청년 도널드 트럼프가 나한테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은 못 했을 겁니다. 누군가의 행동 하나가 나라의 이미지를 망치기도 하고, 누군가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기도 하죠. 그 영향이 아주 미세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길게 이어져 있다는 거죠. IMF도 마찬가집니다. 모두들 인생에서 조금씩은 영향을 받았잖아요. 동남아에서 시작된 경제적 쓰나미가 우리 국가의 역사를, 민족의 역사를 바꿀 거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거예요. ‘기억의 밤’은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던 영화죠.”
장항준 감독의 아내 김은희 작가 역시 장항준 감독의 ‘기억의 밤’을 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아직 완성본은 보지 못한 상태인데 편집본이랑 책은 보여줬었죠. 시나리오 초고를 보고서 ‘오빠, 너무 재밌다. 잘 되겠네’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오빠, 진짜 혼자 쓴 거야?’라고 물어봤어요(웃음). 그때는 본격적으로 제작 단계도 아니었을 때라 누구랑 회의하면서 쓸 때도 아니었거든요. (김)은희한테 편집본을 중간에 보여줬더니 ‘진짜 배우들한테 고맙다고 해’라고 했어요. 강하늘, 김무열한테 고맙다고 하고, 너무 잘했다고(웃음). 문성근 선배님, 나영희 선배님도 너무 잘해주셨다고 했죠.”
‘기억의 밤’은 목을 죄는 듯한 스릴 너머에 가족 이야기가 있는 한국적인 스릴러가 될 전망이다. 장항준 감독은 ‘기억의 밤’의 포인트에 대해 “스릴과 서스펜스로 달려가는 막다른 종착역에 우리들의 슬픔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며 “스릴러는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위한 도구다. 분명히 상업 영화 스릴러와는 다른 템포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도 제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많은 분들이 흥미롭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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