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귀환'이다. 박병호(31)가 KBO리그로 돌아온다. 넥센의 이번 스토브리그 가장 큰 희소식이다.
넥센은 27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박병호가 넥센과 연봉 15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박병호는 2015시즌 종료 후 미국 메이저리그 미네소타와 4+1년 최대 1800만 달러(당시 약 208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 2+1년의 계약이 남았지만 박병호 측이 해지를 요청했고 미네소타에서 이를 수용했다.
박병호를 품은 넥센은 순식간에 스토브리그 성과를 냈다. 넥센은 이번 스토브리그, 외인 계약을 제외하면 유달리 잠잠했다. 넥센은 10월 말, 한화에서 뛰었던 에스밀 로저스와 재계약을 확정 발표했다. 앤디 밴헤켄의 자리를 대체하는 카드였다. 이후 한 달 뒤인 지난 22일, 넥센은 외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 야수 마이클 초이스와 재계약을 확정했다. 가장 발빠르게 외인 구성을 마친 것. 올 시즌 중반 대체 외국인 선수로 KBO리그 무대를 밟은 브리검과 초이스는 모두 연봉 대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이밖에는 잠잠했다. 외야 대어들이 즐비한 FA 시장에서 넥센은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 이장석 구단주가 11월 초 일신상의 문제로 검찰에 징역 8년 구형까지 선고받았다. 돈을 쓸 여건이 되지 않았다.
때문에 2차 드래프트에서도 잠잠했다. 넥센은 지난 주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단 한 명의 선수도 보강하지 않았다. 이병규, 손주인 등 즉시 전력감은 물론 유망주들이 대거 이동했지만 넥센의 움직임은 없었다. 고형욱 넥센 단장은 "우리 팀 유망주 선수들도 일일이 케어하지 못한다"라며 미래 비전을 설명한 바 있다.
거기에 '집토끼' FA 채태인과도 재계약을 맺지 않을 방침. 넥센 측은 채태인의 보상 정책을 보상선수 없이 현금으로 책정했다. 채태인이 타 팀과 계약을 맺는다면 올 시즌 연봉(3억 원)의 300%인 9억 원을 수령하게 된다. 여러 모로 돈을 아끼는 행보였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구단 매각설까지 도는 상황이라 팬 여론은 차가웠다.
하지만 박병호 영입은 이같은 흐름을 단박에 바꿀 한 방이다. 박병호는 2012시즌부터 2015시즌까지 4년 연속 홈런왕에 오르며 KBO리그를 지배했다. 같은 기간 529경기에 출장하며 타율 3할1푼4리, 173홈런, 492타점을 기록했다. 이 기간, 명실상부 리그 최고의 타자였다. 자연히 스타성까지 갖추고 있다.
박병호가 가세한다면 초이스-박병호-김하성의 중심타선 구성이 가능해진다. 리그 어느 팀과 비교해도 결코 밀리지 않는 무게감이다. 박병호에게 연봉 15억 원을 보장하며 돈을 아끼던 지금까지 행보에도 명분을 얻은 셈이다.
박병호 영입은 바람 잘 날 없던 넥센 스토브리그에 비춘 한 줄기 빛이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