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31)가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친정팀 넥센 히어로즈로 복귀한다.
넥센은 27일 "미네소타 트윈스와 박병호 간의 잔여 계약 해지가 최종 합의됨에 따라 KBO리그로 복귀하게 된 박병호와 연봉 15억원에 2018시즌 선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오프 시즌 깜짝 복귀, 박병호는 “메이저리그에서 지난 2년은 아쉬움이 남지만 후회는 없다. 좋은 경험을 했고, 개인적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이제 고향 팀으로 돌아온 만큼 팬 여러분께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넥센의 구단 상황과 맞물린 박병호의 복귀는 몇 가지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 650만 달러(약 70억 원) 포기
박병호는 2015시즌을 마치고 포스팅 시스템으로 미네소타와 계약했다. 미네소타는 박병호와 4년 1200만 달러(2020년 구단 옵션 650만 달러, 바이아웃 5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2016~17시즌 2년간 총액 550만 달러를 받은 박병호는 2018~19시즌 매년 연봉 300만 달러(총액 600만달러) 계약이다. 2020년 미네소타 구단이 옵션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50만 달러의 위로금(바이아웃)을 받는다.
박병호는 미네소타와 잔여 계약를 해지하면서, 보장된 650만 달러를 포기했다. 우리 돈으로 약 70억원이다. 2년간 마이너리그에서 뛴다해도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박병호의 국내 복귀 소식을 전한 미네소타 지역 언론 파이어니어 프레스는 "시즌 후 미국에 머무르면서 내년을 준비하려던 박병호가 한국으로 복귀했다. 무엇인가가 그의 마음을 바꾸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넥센은 박병호와 내년 연봉으로 15억 원을 계약했다. 2019시즌 연봉도 15억 원 정도는 될 전망. 국내 복귀로 70억 원을 포기하고 30억 원을 선택한 것이다. 40억 원이라는 거액을 포기하면서까지 국내로 복귀할 정도로 미국 생활에 지쳤을까.
# 사인 & 트레이드설
포스팅 시스템으로 해외에 진출한 선수(KBO 신분은 임의 탈퇴 후 해외 진출)는 국내 복귀 시 3가지 가능성이 있다. 1)원소속팀이 임의 탈퇴를 철회하고 방출, 선수가 자유롭게 타구단과 계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거의 없다. 선수가 큰 사고를 치지 않는 이상 구단이 손해 보는 일이다. 2) 원소속팀으로 복귀, 현재 박병호 상태다. 3) 원소속팀으로 복귀 & 트레이드.
넥센이 박병호와 계약하고 곧장 트레이드 해도 KBO 규약에 문제될 것은 없다. KBO 관계자는 "박병호는 넥센에서 뛰지 않고 곧장 트레이드도 가능하다. 넥센 구단이 현금 트레이드를 해도 된다. 단 KBO에 현금이 포함된 트레이드를 분명하게 밝히면 된다"고 설명했다.
넥센은 최근 구단 운영에서 최대한 자금을 줄이고 있다. 2차 드래프트에서 선수를 한 명도 지명하지 않았다. 보상금을 아꼈다. 대신 4명이 지명당하면서 9억 원의 보상금을 확보했다. FA 채태인과는 재계약 의사가 거의 없고, 타구단 이적시 선수 보상 없이 현금만으로 보상받는다고 약속했다.
박병호에게 큰 돈을 들여 영입하는 것은 젊은 선수 육성과는 다소 엇갈린다. 박병호가 앞으로 FA가 되려면 4년을 다시 넥센에서 뛰어야 한다. 4년 동안 박병호에게 최소 60억 원의 연봉이 지급될 전망이다. 넥센에게는 큰 금액이다.
박병호가 올해 마이너리그에서 좀처럼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서 넥센이 아닌 다른 구단에서도 그의 복귀 가능성을 진지하게 논의했다. 박병호가 트레이드 시장에 나온다면, 거액이 들더라도 FA 보다는 훨씬 합리적인 투자가 된다.
# 구단 매각설
넥센 히어로즈는 모기업이 없는 구단이다. KBO리그에는 유일한 모기업의 지원을 받지 않고 독자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비시즌마다 한 번씩 흘러나오는 것이 넥센 히어로즈의 구단 매각설이다. 올 시즌 후반에도 매각설이 떠돌았다. 넥센 구단은 "매년 겪는 일"이라며 근거 없는 소문으로 일축했지만, 구단을 둘러싼 상황이 계속 추측을 낳고 있다.
실질적인 구단주인 이장석 대표가 지분 소송, 횡령 비리 등 법정 소송에 휘말리면서 상황이 여의치 않다. 실제 구단 매각이 이뤄진다면 지금이 적정 타이밍을 보내고 있다.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홈런왕 박병호의 복귀는 구단 전력을 높이고 구단 가치도 키우는 두 가지 효과를 볼 수 있다. 김하성, 이정후 등 젊은 신예 선수들과 함께 든든한 홈런왕을 보유해 프로야구 운영에 관심을 가질 만한 기업에 세일즈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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