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한 모든 날이 눈부셨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tvN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이하 도깨비)'가 그러했다. 2016년 12월 2일, 안방에 찾아온 첫 날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도깨비'다.
그래서 준비했다. '도깨비' 1주년 기념 다시 보는 명장면과 명대사다. 수많은 어록을 남긴 공유, 이동욱, 김고은, 유인나, 육성재, 조우진, 김병철, 이엘 등을 오랜만에 마주하는 재미가 쏠쏠할 터다.
◆소름돋는 어둠 투샷
'도깨비'는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PD의 날개를 달고 첫 회부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쫄깃한 대사와 화려한 연출이 시너지 효과를 냈는데 2회에서 도깨비(공유 분)와 저승사자(이동욱 분)가 지은탁(김고은 분)을 구하기 위해 어둠 속에서 걸어오는 장면은 보는 이들에게 전율을 안겼다. 두 사람의 런웨이 포스는 최고의 1분으로 손꼽혔다.
◆첫사랑이었다
자신을 도깨비신부라고 주장하는 지은탁을 외면하던 도깨비 김신. 하지만 어느새 그에게 푹 빠지고 말았다. 영화 같은 캐나다 풍경 아래 첫사랑을 깨닫는 김신의 내레이션은 안방 여심의 심장을 제대로 겨냥했다.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너와 함께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김신의 자신의 가슴에 꽂힌 검을 지은탁에게 뽑아 달라고 했다. 자신의 불멸의 삶이 끝내려고 했지만 커진 사랑에 가슴 아픈 그였다. 첫눈이 내렸고 도깨비는 "너와 함께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라고 고백했다.
◆선희 아니곳 서니
저승사자도 인간 써니(유인나 분)에게 단단히 빠졌다. 이름도 명함도 없는 자신의 처지에 절망했지만 김우빈이라는 가명까지 만들어 써니의 곁에 머물기도. 특히 그는 휴대전화에 써니의 이름을 '선희 아니곳 ㅅㅓ 니'라고 저장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강탈했다. 이는 이동욱의 애드리브였다.
◆더 빛나는 스승일 수는 없었니?
이엘은 매력적인 삼신할매 역을 맡아 제대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이 캐릭터는 지은탁을 점지하고 곁에서 지켜준 인물. 지은탁이 졸업할 때에도 나타난 삼신할매는 그를 무시했던 담임에게 "더 나은 스승일 수는 없었니? 더 빛나는 스승일 수는 없었니?"라고 일침했다.
◆보랏빛 충격의 입술
고려시대 간신 박중원(김병철 분)은 기타누락자로 현생에 떠돌아다녔다. 그야말로 충격 전개. 그는 지은탁 앞에 나타나 보랏빛 입술로 사악하게 "반갑다. 네가 그 도깨비 신부구나"라고 말했다. 보라색 혓바닥을 낼름 거리는 그를 보며 시청자들은 '악' 소리를 내질렀다.
◆유덕화가 신이라니
유덕화(육성재 분)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도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900년 넘게 도깨비를 모셔온 가신 집안의 철없는 재벌3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는 절대 신이었다. 도깨비와 저승사자를 삼촌으로 따르던 유덕화는 온데간데없이 차갑고 냉정하게 운명을 말하던 그. 이 장면으로 육성재는 다시 한번 명품 연기돌 찬사를 받았다.
◆저승사자와 써니의 슬픈 키스
저승사자는 고려시대 김신의 가슴에 칼을 꽂은 왕이었다. 그가 사랑했던 여인은 써니의 전생. 저승사자는 "저승사자의 키스는 전생을 기억나게 한다"며 써니에게 비극적인 전생을 알려줬다. 그리고는 "당신만은 이렇게라도 해피 엔딩이길"이라는 말을 남기며 써니에게 행복한 기억만 선물했다.
◆파국이다
김신, 저승사자, 써니의 비극적인 전생이 후반부에 공개되며 시청자들 모두 가슴 아파했다. 박중원은 자신이 소멸하기 전 모두의 불행을 기뻐하며 "보아라. 파국이다"라며 광적으로 웃었다. 자신의 가슴에 꽂힌 검으로 간신을 벤 김신은 그렇게 무(無)로 돌아갔다. 사라진 도깨비를 보며 지은탁은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모두가 해피 엔딩
'도깨비'는 신드롬을 일으키며 2017년 1월 21일 종영했다. 도깨비는 사고로 목숨을 잃고서 환생한 지은탁을 다시 만났고 저승사자와 써니 역시 형사와 여배우로 환생해 연인이 됐다. 생각지도 못한 엔딩에 김은숙 작가의 마법은 다시 한번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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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vN '도깨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