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액에 대한 부담은 없다. 그 부분은 내년부터 4년간 성적으로 보여주면 된다". 황재균(30·kt)의 각오다. kt는 성적은 물론 관중 동원과 롤 모델까지 그에게 바라고 있다.
kt는 27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서 황재균 입단식을 치렀다. 13일 황재균과 4년 총액 88억 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체결하고 정확히 2주만이었다. 황재균을 비롯해 임종택 단장과 김진욱 감독, '캡틴' 박경수가 함께해 자리를 빛냈다.
kt는 창단 후 최고액을 황재균에게 선사했다. 매년 FA 시장에서 소극적인 모습으로 대어급 선수를 놓쳤던 행보와 딴판이었다. 그만큼 황재균에게 거는 기대치가 크다는 의미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오버페이' 이야기가 나왔다. 황재균의 계약 총액은 역대 3루수 2위다. 1위는 박석민(2015년 4년 96억 원)이며 '2년 연속 홈런왕' 최정(2014년, 4년 84억 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이에 대해 부정적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황재균 본인도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자신감은 있었다. 그는 입단 기자회견에서 "솔직히 몸값에 대한 부담은 없다. 내년부터 4년간 보여주면 된다"고 당당히 밝혔다.
이어 황재균은 "팀이 탈꼴찌를 넘어 더 위로 올라갔으면 좋겠다. 모두 함께 열심히 해야 할 부분이다. 다같이 즐거운 야구를 함께 하고 싶다"라고 밝힌 뒤 "개인적으로는 2016시즌에 이어 2년 연속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이 목표다"고 다짐했다. 옆에서 전해들은 박경수는 "20-20은 조금 약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재균이가 30-30에 욕심냈으면 좋겠다"고 넉살부렸다.
kt 핫코너는 창단 이후 줄곧 취약점으로 꼽혔다. 올해 kt에서 3루수로 가장 많은 이닝을 나선 건 심우준(454⅓이닝)이다. 그 뒤를 윤석민(270⅔이닝), 오태곤(259⅔이닝), 정현(200이닝) 등이 따른다. 황재균의 가세로 윤석민이 1루수로 고정, 조금 더 타격에 집중한다. kt로서는 팀내 최약 포지션에 리그 정상급 자원을 데려와 전력을 극대화한 것. 임종택 단장은 "우리 팀은 3년 연속 최하위였지만 성장하고 있다. 황재균이 부족 포지션을 채우며 중심 역할한다면 시너지를 내기에 적기로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kt가 황재균에게 바라는 건 단순히 성적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성적은 기본이고 그 이상의 것을 노리고 있다. 김진욱 감독이 황재균에게 기대하는 건 '시너지'였다. 김 감독은 "황재균의 기량에 대한 건 이미 검증됐다"라며 "젊은 선수들이 황재균에게 배우는 게 많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이번 마무리 캠프에서도 '롤모델 효과'는 검증됐다. 몇몇 선수들은 운동법은 물론 식사까지 박경수의 스케줄을 고스란히 따라했다. 박경수가 마무리 캠프에 가지 않았음에도 어깨너머로 지켜본 걸 따른 셈. 황재균도 "어떤 방식으로 생활하고 운동하는지 본보기가 되고 싶다. 내 방식과 맞는 이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가르쳐 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임종택 단장이 그린 '큰 그림'은 구름 관중 동원이었다. 임 단장은 "수원 지역과 경기 남부권은 야구 갈증이 심하다. 우리에게는 잠재력 많은 시장이다. 조금 더 성장해 100만 관중을 달성하는 구단을 빨리 만들고 싶다. 황재균은 이 목표에 맞는 선수다"라고 설명했다. 3년 연속 최하위에도 꾸준히 상승한 관중(645,465명→682,444명→686,541명) 동원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미다.
황재균 개인 성적으로 팀 야수진 최대 약점이던 3루를 메운다면 1차적인 성공. 그렇게 성적이 나온다면 3년 연속 최하위에도 꾸준히 상승해온 관중 입장 폭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그게 두 번째 효과다. 거기에 황재균을 지켜보고 배운 선수들이 성장해 주축을 이룬다면 또 하나의 효과다.
kt의 투자가 오버페이였는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kt의 통 큰 투자가 어떤 결실을 맺지 지켜볼 일이다. /ing@osen.co.kr
[사진] 수원=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