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겪어야 할 상황이긴 했다. 다만 그 시기가 좀 더 빨리 왔을 뿐이다. 포수진 ‘강제 리빌딩’ 시기가 다가온 롯데는 이제 성장통과 세금 납부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했다.
영원한 것은 없었다. 강민호가 안방의 터줏대감 역할을 줄곧 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더 이상 롯데의 안방에 강민호라는 이름 석 자를 찾아볼 수 없다. 강민호가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롯데를 떠나 삼성으로 둥지를 틀게 되면서 ‘포스트 강민호’ 시대는 일찍 앞당겨 졌다.
어쩔 수 없이, 롯데는 포수진 ‘강제 리빌딩’ 시즌에 돌입해야 한다. 롯데에는 20대 초중반의 젊은 포수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그러나 단지 젊고 패기를 갖추고 있다는 장점이 있을 뿐, 1군 무대에서 투수들을 아우르고 그라운드 전체를 총괄하는 야전 사령관 역할을 하기에는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다. 20대 후반에서 30대로 향해가는 김사훈(28)이라는 포수가 있지만 김사훈 역시 사령관의 무게를 짊어지기엔 부족하다. 2년 차를 맞이할 나종덕(19)과 1차 지명 포수 강동관(21), 팔꿈치 부상으로 신음하다 재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안중열(22), 1군에서 약간의 경험을 쌓은 뒤 상무에서 군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김준태(23), 여기에 지난 27일 강민호의 보상 선수로 삼성에서 유니폼을 갈아 입은 나원탁(23)까지, 롯데는 이 젊은 포수들과 함께 안방의 미래를 구상해야 한다.
강민호가 버티던 이전 시즌보다는 기회가 충분히, 그리고 골고루 돌아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기회의 확충과 균등이 모두가 바라는 비약적인 성장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경험이 밑천인 포수 포지션의 특성상 기회를 통해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성장통은 피할 수 없다. 실수도 할 것이고, 때로는 비난도 감내해야 한다. 베테랑이라는 방패막이가 마땅히 없는 현실이기에 이들은 곧장 전쟁터로 내몰리는 꼴이다. 김사훈이 그나마 현재 포수진에서 가장 나이가 많지만 경험은 많지 않다. 베테랑이라고 부르기 모호하다. 현재 롯데 상황에서는 어린 포수들의 성장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아픔이다. 통증의 크기만큼 성장으로 연결되기를 바라야 한다.
세금 납부도 필연적이다. 강민호의 존재로 인해 안방의 미래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하고, 강민호에 의존했던 과거가 이제는 후회스러울 수도 있다. 대비는 했다고 하지만 완벽했다고 볼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이 찾아온 현실 앞에 순응해야 한다. 누구든 내야 하는 세금이듯, 롯데는 지금 보유한 젊은 포수진의 성장을 위해서는 다소 과할 수도 있는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과정에서 뼈를 깎는 통증을 겪을 수도 있고, 세금이 불어날 수도 있고, 그 세금 납부의 속도가 더딜 수도 있다. 하지만 차근차근 세금을 납부하다 보면 결국 언젠가는 세금도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는 강민호의 부재 상황을 대비한 채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강민호가 잔류했다고 하더라도 백업 포수 육성을 위해서 젊은 포수들을 채찍질 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제는 강민호의 부재가 현실로 다가왔고, 포수 리빌딩이라는 과제가 현실로 다가왔다. 롯데의 새로운 안방 시대는 다소 험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험난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이겨내지 못하면 미래 역시 어둠이 걷히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분명하다. /jhrae@osen.co.kr
[사진] 나종덕(왼쪽부터)-안중열-김준태-나원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