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100마일(161㎞)의 포심을 펑펑 던지는 모습에 매료됐다. 강속구 군단을 꿈꾸는 SK는 그 투수의 잠재력을 선택했다.
SK는 23일 구단 공식발표를 통해 새 외국인 투수 앙헬 산체스(28)의 영입을 알렸다. 계약 조건은 연봉 총액 110만(연봉 85만 달러, 옵션 25만 달러)다. 여기에 이적료가 있었을 것으로 보여 실제 영입 금액은 150만 달러 이상일 것이라는 추측이 힘을 얻는다.
산체스는 최근 KBO에 오는 외국인 선수들에 비해 메이저리그(MLB) 경력은 다소 적은 편이다. 2010년 국제 자유계약을 통해 LA 다저스에 입단했으나 마이애미, 시카고 화이트삭스, 피츠버그 등을 거치며 올해야 MLB 무대를 밟았다. 올 시즌에도 8경기를 모두 불펜에서 나가 1승 평균자책점 8.76의 성적을 냈다. 그렇게 돋보이는 성적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 때문에 SK가 ‘히든카드’로 준비할 수 있었다. SK는 외인 투수 남은 한 자리를 놓고 복수의 후보군을 올렸다. A군에는 즉시전력감으로 활용할 수 있는 투수들이 자리했다. FA라고 해도 150만 달러 이상이 드는 선수들인데 나이가 조금 걸렸다. B군에는 메릴 켈리 영입 당시처럼 잠재력이 있는 투수들이었다. 다만 MLB 구단들도 그 잠재력에 주목한 만큼 40인 밖으로 빠질 가능성은 희박했다. 이적료까지 합치면 금액은 거기서 거기였다.
산체스는 B군의 독보적 후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MLB 경력이 더 풍부한 A군의 후보들에 비해 전체적인 기량도 떨어지지 않다고 평가했다. 트레이 힐만 감독, 염경엽 단장, 손혁 최상덕 투수코치, 그리고 스카우트들까지 종합적으로 평가를 했는데 전원이 산체스의 손을 들었다. 결국 산체스를 가장 우선 협상 대상자로 두고 일을 진행한 끝에 뜻을 이뤘다.
조사도 철저했다. 산체스는 지난해 출전 기록이 하나도 없다. 이유는 바로 팔꿈치 수술을 받았기 때문. 그 전까지 마이너리그에서 주로 선발로 뛰던 산체스가 올해 불펜에서만 활약한 이유다. 때문에 KBO 리그 구단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SK도 산체스에게 관심이 있는 것이 알려질 까봐 계약 단계까지 철저히 보안을 지켰다는 후문이다.
보통 투수들은 팔꿈치 수술 후 2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산체스는 그 2년을 모두 채웠고, 점점 구위가 좋아진 끝에 MLB 무대도 밟을 수 있었다. SK 관계자는 “꽤 오랫동안 지켜봤던 선수였고, 15년 선발투수로서 아주 뛰어난 기량을 보여 16년에 영입하려 했으나 부상으로 인해 KBO리그에 다소 늦게 오게 되었다. 하지만 오히려 부상회복 이후 기량이 더욱 좋아졌고 아직 충분히 젊은 선수인만큼 우리 팀에서 오랫동안 선발투수로 활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영입 배경을 밝혔다.
산체스의 최고 장점인 올해 평균 96마일(155㎞)을 찍은 포심패스트볼이다. 제대로 제구만 되면 한가운데 던져도 치지 못할 정도의 위력이 있다. 여기에 커터를 섞어 던진다. 슬라이더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움직임을 가졌다. 그리고 뚝 떨어지는 빠른 커브가 일품이다. 커브 평균 구속은 132㎞ 정도인데 스트라이크존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움직임이 빠르고 날카롭다. 빠른 포심·커터와 궁합이 좋다. 체인지업도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던진다.
물론 선발로 뛰면 평균 구속이야 다소 줄어들겠지만 KBO 리그에서는 굉장히 빠른 축에 속한다. 여기에 전체적으로 폼이 안정적이고 또 간결해 제구도 크게 흔들리는 유형은 아니다. 조금 흔들려도 이내 안정을 되찾는 것이 인상적이다. 실제 올해 MLB에서 탈삼진은 10개, 볼넷은 1개에 불과했다.
산체스는 아직 만 28세의 선수고, 팔꿈치 수술까지 마쳐 몸 상태는 깨끗한 편이다. SK는 ‘제2의 켈리’를 기대하고 있다. 켈리 또한 당시는 MLB 경력이 한 경기도 없을 만큼 무명이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빠른 공을 던지는데다 변화구의 완성도가 좋았다. 또 젊었다. SK가 상당 수준의 이적료를 쏟아 부으며 켈리를 잡은 이유다. SK는 산체스도 그런 길을 걷기를 바라고 있다. 매력적인 포심에서 볼 수 있듯이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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