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화수분 야구'가 다시 한 번 힘을 낼까.
민병헌(30)의 종착지는 롯데 자이언츠였다. 롯데는 28일 "민병헌과 4년 총액 80억원의 조건으로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두산으로서는 아쉬운 이별이 됐다. 민병헌은 그동안 두산의 주축 타자로 활약했다. 최근 4년간 테이블세터와 중심타선 가릴 것 없이 나서면서 3할-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낸 민병헌은 올 시즌 역시 123경기에서 타율 3할4리 14홈런 71타점으로 활약했다. 또한 한국시리즈에서도 타율 4할2푼9리를 기록하며, 큰 경기에서도 강한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큰 기복없이 팀을 이끌어온 민병헌의 공백은 두산으로서는 상당히 클 전망이다. 그러나 주전 못지 않은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각자의 장점을 안고 주전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점은 두산으로서는 긍정적이다.
올 시즌 두산은 정진호, 국해성, 조수행 등이 1군 자원으로 활약했다. 여기에 김인태, 이우성 등은 2군에서 1군 진입을 노리는 잠재력 풍부한 자원들이다. 또한 정수빈도 군 복무를 마치고 내년 후반기에 복귀한다.
정진호는 올 시즌 자신의 가치를 한껏 알렸다. 지난 6월 8일 잠실 삼성전에서 박건우의 부상으로 선발 출장한 그는 KBO리그 최초 5이닝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하며 눈도장을 받았다. 올 시즌 성적은 97경기 타율 2할8푼3리 5홈런 31타점.
국해성은 올 시즌 57경기에서 타율 2할9리 3홈런의 성적을 내는데 그쳤지만, 타격 잠재력만큼은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충분히 기회를 받는다면 타격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자원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올해 프로 2년 차를 보낸 조수행은 80경기에서 타율 2할7푼7리를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빠른 발을 앞세운 수비력은 주전 선수 못지 않은 기량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013년 시즌 종료 후 두산은 FA 자격을 취득한 손시헌과 이종욱이 NC로 이적하는 것을 바라봐야만 했다. 당시 손시헌과 이종욱은 각각 유격수와 외야수를 맡으면 팀의 중심을 잡았던 선수다. 민병헌 못지 않게 이들의 이탈은 두산 팬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들이 떠난 자리에는 김재호, 정수빈이 성장하면서 빈자리를 채웠다. 두산으로서는 자신이 있었기에 이들과의 과감한 이별을 택할 수 있었다.
두산은 민병헌과의 협상 당시에도 "오버페이는 없다"고 선언했다. 팀에 필요한 선수인 것은 분명하지만, 합리적인 계약을 추진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대체 자원'에 대한 자신감도 어느정도 숨어있었다. 두산으로서는 '제 2의 김재호', '제 2의 정수빈'을 기다리고 있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