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 기분 좋은 '노풍(老風)'이 불고 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김현석 감독)로 흥행은 물론, 데뷔 56년 만에 여우주연상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연 배우 나문희. 여기에 젊은 배우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스릴러에 도전한 배우 백윤식까지. 지금 충무로는 내공과 연륜의 시니어 배우들의 전성시대다.
#데뷔 56년 만에 쓴 전성시대, 브라보 나문희!
나문희는 '아이 캔 스피크'로 데뷔 56년 만에 여우주연상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역대급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아이 캔 스피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소녀였던 나옥분(나문희)이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의 손에 이끌려 가족의 품을 떠난 후 친구 정심(손숙)과 함께 마주한 고통과 아픔을 그렸다. 휴먼 코미디의 외피를 입은 '아이 캔 스피크'는 따뜻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올곧은 시선으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아이 캔 스피크'의 여주인공 나옥분 역을 맡은 나문희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흥행과 평단의 극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추석 극장가, 대작들의 경쟁 속에서 거둔 값진 결실이었다. "할머니가 해냈다"는 나문희 본인의 말처럼, 그 어려운 일들을 나문희가 해냈다. 데뷔 56년 만에 영화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그것도 3관왕을 수상했고, 327만 관객에게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하이킥' 시리즈, '디어 마이 프렌즈'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대중을 사로잡았던 나문희지만 '아이 캔 스피크'는 나문희의 결 다른 인생 캐릭터임이 분명했다.
#어서와, 시니어 스릴러는 처음이지? 백윤식, 흥행도 '반드시 잡는다'
백윤식은 오는 29일 영화 '반드시 잡는다'(김홍선 감독)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반드시 잡는다'는 30년 전 미제사건과 동일한 수법의 살인이 또다시 시작되자, 동네를 잘 아는 터줏대감과 사건을 잘 아는 전직 형사가 촉과 감으로 범인을 쫓는 미제사건 추적 스릴러. 연기 경력만 합쳐서 70년인 두 배우, 백윤식과 성동일이 모인 '반드시 잡는다'는 '시니어 스릴러'라는 신선함으로 충무로 흥행에 도전한다.
백윤식이 연기하는 인물은 월세 수금이 일상인 동네 터줏대감 심덕수. 꼬장꼬장한 성격으로 동네 사람들에게 돈만 아는 스크루지 영감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인물. 그러나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아픔과 정이 있는 캐릭터. 우연히 마주한 살인사건을 모른 척 하지 않고, 반드시 '그 놈'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감 심덕수를 맡은 백윤식은 대역을 사용하지 않은 리얼 액션으로 노장의 투혼이 무엇인지를 직접 스크린에 펼쳐내 보인다.
백윤식은 '타짜', '싸움의 기술', '내부자들' 등 수많은 영화에서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명장면, 명연기를 선보여왔다. 개봉을 앞둔 '반드시 잡는다'에서는 데뷔 47년을 맞이해 더욱 만개한 백윤식 열연의 백미를 확인할 수 있다. 과연 출연하는 작품마다 인생 캐릭터를 경신해 온 백윤식이 '반드시 잡는다'를 통해 어떤 변신을 선보이며 흥행도 반드시 잡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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