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함에 대한 침묵으로 지켜낸 밥그릇에는 금을 담아도 배부르지 않다."
배우 유아인의 SNS가 연일 화제다. 이른바 '애호박'에서 시작된 전쟁인데 유아인은 자신의 생각과 신념을 SNS로 풀어내는 거의 유일한 한국 톱스타라 할 만 하다.
유아인은 27일 자신의 SNS에 "실체를 밝히고 당당히 권리와 평등을 요구하세요. 가해자를 응징하려거든 진단서 끊고 피해 사실을 밝히세요. 덕분에 무한 렙업 중이라 일당 천은 가능하나 정상적 대응을 보이려 해도 성별을 알 길 없는 익명의 폭도들에게 남성으로서 해드릴 사죄는 없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그러면서 유아인은 자신의 애호박 발언으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본 이가 있다면 기꺼이 사과하겠다고 밝힘과 동시에 "저의 ‘꼴페미’ 발언이 정신을 상실하고 온라인 생태계와 인권 운동의 정신을 교란하는 폭도들이 아닌 진정한 ‘여성’들에게 향했다는 억지를 사실로 입증한다면 사과하겠습니다"라고도 전했다.
이 외에도 "좋은 방법 하나 알려줄게. 내가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돼. 언팔하면 되고, 검색창에 굳이 애써서 내 이름 안 치면 돼", "왜 굳이 스스로 불편을 찾아내는 거야? 불편이, 그것으로 세상에 뱉는 몇마디로 너희의 존재감을 가져가지 마. '존재'를 가지도록 해" 등의 파격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나는 페미니스트다"라는 선언까지 하며 장문의 글을 게재하기도. 여기에 영화 평론가와 연예인지망생 한서희까지 합세해 그야말로 키보드 전쟁을 방불케 했다. 그리고 유아인과 네티즌의 설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런 와중에서 유아인은 "꺾이지 않고, 실망시키지 않고 인간다운 인간, 배우다운 배우로 우뚝 서겠습니다"라고 배우로서의 다짐을 밝히기도 했다.
유아인의 이런 일련의 행동을 두고 일각에서는 차기작 '버닝'을 우려하기도 한다. 아직 영화 촬영 중이고 개봉을 한참 남겨두긴 했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제작진과 배우 모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SNS 후폭풍은 영화 '불한당' 사례가 있다. 지난 5월 개봉 당시 연출을 맡은 변성현 감독은 대선 전후 지역 비하·성적 차별 발언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트위터에서 아무 생각 없이 적었던 저속한 발언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모든 분들께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변성현 감독과 유아인은 다르다는 의견이 대부분. 영화 같은 경우는 감독의 세계관이 강하게 반영되는 것이기에 감독의 생각이나 시선이 작품과 동일시된다. 하지만 배우 같은 경우는 얼마나 캐릭터와 혼연일체됐나가 관건이다.
이런 면에서 필모그래피를 통해 연기적으로 신뢰를 쌓은 유아인이기에 큰 우려는 없을 것이란 의견이다. 더욱이 워낙 이창동 감독이 뛰어난 역량을 가진 연출가인 만큼 연기자 유아인을 제대로 담아낼 것이란 기대가 오히려 큰 편이다.
더불어 SNS를 통해 자신의 생각이나 소신을 강하게 표출하는 유아인의 스타일을 익히 제작진을 비롯해 대중이 알고 있었던 만큼 그가 영화에 치명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유아인의 발언에 대해 여론이 한쪽으로 치우쳤다기 보다는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고, 또 '유아인의 마이 웨이'로 보는 시선도 많아 영화로까지 그 파장이 심각하게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평점테러가 진행되는 모습인데, 이는 유아인이 연기로서 극복해야 할 숙제다. /ny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