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스릴러의 새 장을 열 '기억의 밤', '반드시 잡는다'가 동시에 관객들을 만난다.
오늘(29일) 동시에 개봉하는 영화 '기억의 밤'(장항준 감독)과 '반드시 잡는다'(김홍선 감독)은 같은 추적 스릴러, 다른 매력으로 11월 극장가 흥행을 정조준한다. '천재 스토리텔러' 장항준 감독의 9년 만의 신작 '기억의 밤'과 '기술자들', '공모자들' 등을 통해 충무로의 뚝심있는 이야기꾼으로 자리매김한 김홍선 감독의 신작 '반드시 잡는다', 두 영화의 맞대결에 관심이 쏠린다.
'기억의 밤'은 납치된 후 기억을 잃고 변해버린 형 유석(김무열)과 그런 형의 흔적을 쫓다 자신의 기억조차 의심하게 되는 동생 진석(강하늘)의 엇갈린 기억 속 살인사건의 진실을 담은 작품. 대한민국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평가받는 장항준 감독이 무려 1년이나 공들인 탄탄한 스토리가 돋보인다.
특히 '기억의 밤'은 상업 스릴러 영화와는 전혀 다른 박자를 자랑한다. 관객의 심장을 옥죌 정도로 빠른 서스펜스 후에는 '가족'이라는 예상치 못한 내피가 뒤통수를 때린다. '스릴과 서스펜스로 달려가는 막다른 종착역에 우리들의 슬픔이 있다'는 '기억의 밤'은 일반적으로 예상한 스릴러의 방정식을 역행하며 묵직한 한 방을 날린다.
무엇보다 '기억의 밤'의 스릴러를 완성한 것은 강하늘과 김무열의 반전이다. 수많은 필모그래피에서도 배신 없는 연기를 선보여 온 두 사람이지만, '기억의 밤' 속 강하늘과 김무열의 얼굴은 분명히 새롭다. 무엇을 기대해도 그 이상을 선보일 활약이다.
'반드시 잡는다'는 30년 전 미제사건과 동일한 수법의 살인이 또다시 시작되자, 동네를 잘 아는 터줏대감과 사건을 잘 아는 전직 형사가 촉과 감으로 범인을 쫓는 미제사건 추적 스릴러. 연기 경력만 합쳐서 70년인 두 배우, 백윤식과 성동일이 의기투합해 '시니어 스릴러'라는 신선함으로 충무로 흥행에 도전한다.
평범한 동네 이웃과 전직 형사가 미제 사건을 해결한다는 틀만으로 '반드시 잡는다'를 정형화된 범죄수사물로 생각하는 관객들도 있을 터. 그러나 '반드시 잡는다'는 캐스팅부터 전개까지, 충무로에 색다른 파격으로 날 선 한방을 날린다. 스크루지라고 손가락질 받는 노인과 현역에서 은퇴한 형사가 '끝까지 가서 그 놈을 반드시 잡는' 이야기는 기존의 추적 스릴러와는 180도 다른 결을 자랑한다.
대역 없이 액션을 소화한 백윤식은 한국판 리암 니슨에 비견할만 하고, 성동일의 활약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대한민국의 대표 아버지 배우 천호진은 '반드시 잡는다'를 통해 연기 인생 최고의 반전을 선보인다. 연출을 맡은 김홍선 감독은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깊은 고찰을 녹여낸 추적 스릴러로 영리한 연출력을 입증한다. '반드시 잡는다'의 흥행이 기대되는 이유.
같은 날 뚜껑을 여는 '기억의 밤'과 '반드시 잡는다'. 관객을 끌어모을 파격 스릴러의 질주다. /mari@osen.co.kr
[사진] 공식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