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0·LA 다저스)의 화려한 부활 뒤에는 한 남자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다.
2013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은 2년 연속으로 14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2015년 어깨수술로 시즌 전체를 쉬었다. 2016년 류현진은 재기했지만 단 한 경기만 던지고 다시 팔꿈치 수술을 받아야 했다.
모두가 재기를 의심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류현진은 국가대표 시절 인연을 맺은 김용일(51) LG 트레이닝 코치에게 손을 내밀었다. KBO 1호 트레이닝 코치인 김 코치는 류현진과 살을 맞대며 4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결국 류현진은 2017시즌 5승 9패 평균자책점 3.77로 부활했다. 무엇보다 류현진이 건강하게 126⅔이닝을 소화한 것이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었다.
류현진 재기의 일등공신인 김용일 코치를 만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 류현진과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 대표팀을 계속 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작년에 시즌 끝나기 전에 연락이 왔다. 수술을 했는데 재활을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로서는 한화선수라 부담이 됐다. 구단이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니까 대승적 차원에서 허락했다. 도와주자고 했다.
- 처음 봤을 때 류현진의 몸상태는 어땠나?
▲ 처음 왔을 때 깜짝 놀랐다. 류현진이 원래 정말 좋은 몸이었다. 선수 몸을 측정한 데이터가 있다. 류현진의 몸을 재보니 근육이 불균형하고 유연성도 떨어졌더라. ‘이 몸으로 안 되겠다’ 싶었다. 작년 11월 11일에 운동을 시작해서 2월 중순까지 함께 운동을 했다. 미국 전지훈련에서도 같이 했다. 4개월 정도 도와줬다.
사실 류현진에게 ‘게으른 천재’ 이미지가 있다. 힘들게 하루 운동 3-4시간을 시켰다. 다 소화하면서 몸이 좋아지는 걸 보니 ‘역시 보통 선수가 아니구나!’ 느꼈다. 이 추운 날씨에 오키나와서 3-4번 피칭하고, 미국 가서 피칭하는걸 보면서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가능성이 있구나!’ 생각했다.
- 류현진의 재기에 점수를 준다면?
▲ 처음 류현진을 맡았을 때는 ‘큰일 났구나’ 싶었다. 결과가 100%는 아니지만 90점 정도는 줄 정도로 성공이다. 올 시즌 LG구단도 양해해줘서 또 함께 운동하기로 했다. 워낙 유명한 선수라 부담은 된다.
- 류현진이 2015년 어깨 관절경 관절와순 봉합 수술을 받았다. 투수로서 재기가 쉽지 않은 수술로 알려져 있고, 실제 성공적으로 복귀한 투수도 많지 않은데?
▲ 미국에서도 성공률을 50%로 본다. 더구나 류현진은 팔꿈치 수술도 했다. 재기확률이 더 떨어졌다. 성공확률이 두 번 중 한 번도 안 되는 수술이었다.
류현진이 처음 왔을 때 관절범위와 체지방, 인바디 등을 다 측정했다. 요즘 선수들은 자기 데이터를 보여줘야 상태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메이저리그에서 더 좋은 트레이너와 운동을 하다 왔는데 왜 문제인지 가르쳐줘야 따라온다.
- 류현진의 재기를 본 감회도 남달랐을 것 같다.
▲ 새벽에 게임할 때 꼭 경기를 봤다. 혹시라도 던지다 잘못될까 표정이나 모션을 살펴봤다. 시즌초반에는 경기 후 메신저로 매번 연락을 했다. 다저스 트레이너들과 운동법과 훈련량도 다 교류를 했다. 류현진의 상태도 정확하게 알려주고 공유를 했다. 스프링캠프부터 다저스 트레이닝코치 브랜든과 꾸준히 교류했다.
- 메이저리그의 운동법은 어떻게 다른가?
▲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메이저는 구단 바깥에 있는 시간이 많다. 네 달 개인훈련을 한다. 팀에서 7개월만 관리한다. 개인트레이너도 많다. 우리는 구단에서 10개월을 관리한다.
- 커쇼는 어떻게 운동하는지 궁금하다.
▲ 우리는 선발투수의 시즌 중 트레이닝 시간이 1시간에서 1시간 반이다. 커쇼는 던진 다음날부터 훈련을 많이 한다. 미국 선수 중에서도 훈련량이 많다고 한다. 선수마다 맞는 훈련법이 따로 있다. 커쇼의 훈련법이라고 무조건 따른다고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훈련량이 적으면서 야구를 잘하는 법 찾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운동을 많이 시키는 것은 다 할 수 있다. 효과적으로 좋은 훈련법 찾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트레이닝을 하기 전까지 몸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집짓기 전 기초공사가 더 중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김용일 코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