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래의 위즈랜드] '선수 풀렸다, kt가 데려가라' 여론과 김진욱의 속내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1.29 06: 10

"OOO 풀렸다. kt는 뭐하냐. 저 선수 안 데려가고"
KBO리그에도 겨울이 시작됐다. 뜨거웠던 시즌을 뒤로 하고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은 주판알을 튕기며 몸값 올리기에 나서지만, 한편에서는 전력 외 통보를 받아 방출되는 이들도 있다. 구단들은 25일 KBO에 보류 선수 명단을 제출했다. 이 명단에서 빠진 선수와는 이듬해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 쉽게 말해 방출이다. 육성선수를 비롯한 젊은 선수도 일부 있지만 전력을 살찌울 '베테랑'의 이름도 빠지지 않는다.
▲ 베테랑의 영입 타진도 고사한 사연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 팬들의 여론은 비슷하다. "kt가 저 선수를 데려가면 좋겠다"는 내용이다.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문 '최약체' kt이기에 타당한 지적이자 제언이다. 하지만 kt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사실 이러한 의견은 팬들에게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올 시즌 중 팀 전력 구상에서 제외된 몇몇 선수들은 김진욱 감독 측에 "나를 데려가줄 수 있겠나"라는 의사를 타진했다. 김진욱 감독은 "그들을 데려왔다면 몇 승은 더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고사했다"라고 밝혔다. 당장의 몇 승을 위해 베테랑을 데려와 젊은 선수의 자리를 뺏고 싶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kt는 황재균 영입 이후 FA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김현수, 민병헌, 손아섭 등 리그 정상급 외야수들이 여전히 시장에 남아있는 상황이지만 과감히 물러섰다. 임종택 kt 단장은 황재균 영입 직후 "우리는 육성도 해야 하는 팀이다. 남은 공백은 육성으로 해결하겠다"고 다짐했다.
kt 내야는 얼추 조각을 마쳤다. 황재균이 3루에 자리하며 윤석민이 1루에 전념한다. 키스톤 콤비는 박경수와 정현이 든든하다. 외야도 중견수 멜 로하스와 우익수 유한준이 건재한 상황. 남은 좌익수 한 자리를 두고 오태곤, 하준호, 김동욱, 전민수 등이 경합하는 형국이다. 거기에 '특급 신인' 강백호까지 합류한다. 때문에 남은 한 자리 채우려는 무리한 투자를 지양한 것.
▲ "내가 떠나도 kt는 남는다"
이러한 의지는 지난 22일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kt는 2차 드래프트에서 좌완투수 세 명을 보강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좌완 일색. 조현우(23), 금민철(31), 김용주(26)가 그 주인공이었다. 30대 초반의 금민철을 제외하면 모두 20대의 '영건'이다.
2차 드래프트는 해당 연도 최하위 팀부터 역순으로 지명한다. 올해 최하위였던 kt는 전체 1순위로 선수를 고를 수 있었다. 그 고민의 결과가 조현우였던 것. 뒤이어 지명된 선수들의 면면은 화려했다. 1라운드에만 '즉시 전력감' 유원상(31), 고효준(34)이 풀렸다.
2라운드에서도 금민철을 뽑은 kt 다음 팀들은 이병규(34), 손주인(35)을 지명했으며 3라운드에서도 오현택(32), 허도환(33)이 부름을 받았다. 즉시 전력감이 필요했다면 kt가 가장 먼저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kt는 그들을 외면했다. 김진욱 감독과 kt가 거듭 강조했던 육성 기조의 상징 같은 장면이었다.
김진욱 감독은 지난해 취임 일성으로 '인성, 육성, 근성'을 강조했다. 선수로서 갖춰야 할 기본인 인성을 첫머리에 뒀고 그 다음이 육성이었다. 김진욱 감독은 "내가 이 팀을 떠나도 kt는 남는다. 그리고 그 kt가 강한, 좋은 구단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한다.
물론 kt가 2018시즌에도 최하위권을 전전한다면, kt의 기조보다 팬들의 'kt는 저 선수 데려가라'는 말에 힘이 실린다. kt가 2018시즌을 어느 때보다 결연한 자세로 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kt 담당 기자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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