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6억 원.’
롯데 자이언츠가 최근 3년간 스토브리그에서 쏟아 부은 금액이다. 최근 롯데의 행보는 이전 ‘짠돌이’ 구단이라는 이미지에서 완전히 탈피해, 매년 스토브리그의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고 있다. 현 상황에서 롯데에 버금가는 스토브리그의 ‘큰 손’은 찾기 힘들다.
롯데는 지난 2015년 스토브리그를 기점으로 매년 1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2015시즌 이후 내부 FA 자원인 송승준을 4년 40억 원에 붙잡은 것을 시작으로 불펜 강화를 위해 손승락을 4년 60억 원, 윤길현은 4년 38억 원에 데려왔다. 이 해에만 138억 원을 투자했다. 지난해에는 6년 간 팀을 떠나 있던 이대호의 복귀를 위해 이전 해 3명에게 쥐어준 금액을 훌쩍 뛰어넘는 4년 간 150억 원을 투자했다. 역대 FA 최고액 계약이다.
롯데의 광폭 행보는 올해에도 이어졌다. 문규현과 2+1년 10억 원에 계약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손아섭을 4년 98억에 잔류시켰고, 외부 FA인 민병헌까지 4년 80억 원을 안겨줬다. 올해에는 이전 두 시즌보다 훨씬 큰 188억 원을 투자했다. 아직 내부 FA인 최준석과 이우민과 협상이 남아있는 시점에서 지난 2013년 한화가 FA 시장에서 기록한 단일 시즌 FA 최다 투자액인 191억 원을 뛰어넘는 것은 시간 문제다.
만약, 삼성으로 이적한 강민호까지 잔류시켰을 경우, 단일 시즌 FA 투자액은 롯데가 경신했을 것이 뻔했다. 지난 28일 민병헌과 계약을 마무리 지은 뒤, 구단 고위 관계자는 “강민호 선수에게 책정해 놓은 자금, 민병헌 선수에게 투자한 자금은 별개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롯데는 이미 두둑한 실탄을 챙겨놓고 있었던 것.
야구단을 운영하는 그룹 본사의 의중, 그리고 큰 금액이 필요한 상황일 경우 야구단이 책정해 놓은 예산 외의 그룹 본사의 지원금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 현재 KBO리그의 실정이다. 롯데가 이렇게 최근 3년 동안 빠지지 않고 FA 시장에서 큰 손 역할을 하는 것은 그룹 본사의 의지와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롯데가 시장을 대하는 태도가 바뀐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2015년부터다.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롯데 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소용돌이가 일던 시기였다. 2005년부터 롯데 야구단을 관리했던 신동인 구단주 대행이 물러나면서부터 롯데는 달라졌다. 이후 롯데 야구단에 대한 실질적인 관리권은 신동빈 회장에게 넘어갔다. 2015년 당시 야구장을 찾아 경기를 직접 관전하기도 하는 등 자이언츠 야구단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고, 그 관심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결국 롯데 구단이 거액을 비교적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것도 그룹 본사, 신동빈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다. 또한 신 회장은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 구단주를 지낸 바 있다. 야구단 지원과 관련해서는 해박했다. 성적을 위해서는 투자가 필수라는 명제를 깨닫고 있었다. 이에 구단은 선수 영입의 당위를 설명하는 과정을 간소화 할 수 있었다.
그 투자의 결과가 올해 어느 정도 결실을 맺었다. 부동의 마무리 투수 손승락, 4번 타자 이대호, 회춘한 송승준 등의 활약을 앞세워 정규시즌 3위의 성적을 냈고, 5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역시 5년 만의 100만 관중도 달성했다.
결국 롯데 그룹이 이렇게 투자를 하는 이유는 야구단의 우승을 위함이다. 롯데는 지난 1992년 이후 25년 째 무관이다. 부산 야구 팬들의 우승에 대한 열망은 상당하다. 롯데 그룹이 부산 야구 팬들의 열망을 무시할 수 없다. 롯데의 이미지가 가장 강한 도시가 부산이다. 롯데 계열사들이 부산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수십 배에 달하는 수익을 더 내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 롯데 그룹 내에서도 부산이라는 도시와 시민들에게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야구단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그에 뒤따라 올 우승이다.
이제 그룹의 의지를 야구단이 이행할 차례다. 그룹의 지원을 우승이라는 목표로 어떻게 인도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폭 넓게 수립하는 것은 구단의 몫이다. /jhrae@osen.co.kr